푸틴 '핵 용인'에 자신감 얻은 북, 공세적 대외행보 나서나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 협력을 선언하며 동북아 안보 환경을 뒤흔든 북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국제사회의 금기를 깨고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사실상 용인해 준 측면이 있다.
그는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에 힘을 실어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서 핵을 개발해 온 북한을 상대로 군사 원조를 약속하고 민수용 원자력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은 NPT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한반도 파급 영향' 제하 '전략보고'에서 "미국·인도의 2008년 원자력 협정에서 보듯이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와의 원자력 협력은 해당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6자회담 일원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때 북한 비핵화 노력에 동참했다.
그런 러시아의 태세전환은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심화한 미국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북한의 핵역량이 '힘의 균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자신들의 핵이 중국·러시아에 대미 전략적 안정을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며 암묵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받으려는 전략을 펴 왔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 21일 북러동맹을 다룬 기사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나라들이 (중략) 전략 전술적 협동을 보다 긴밀히 할 때 국제 역학구도의 평형성이 보장되고 세계의 안전 환경은 보다 개선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주장의 연장선이다.
핵보유국 인정 전략이 러시아로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북한은 앞으로 더욱 공세적인 대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팬데믹에 따른 국경봉쇄를 풀고 비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고위급 대면 외교를 재개한 상태다.
러시아에 이어 수교 75주년을 맞은 중국을 상대로도 핵보유국 인정 전략을 전개할 전망이다.
최근 북중 간에는 북러 초밀착에 따른 반작용 등으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고 4월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방북 이후 눈에 띄는 교류도 없지만, 양측의 계산에 따라 고위급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 반경을 넓히려 시도할 수도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미국 일극체제에 대응해 중·러가 추진하는 '다극화 질서'의 주요 포섭 대상이기도 하다.
이번 북러 조약이 "국제 및 지역 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상호 지지한다고 명시한 대목도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함의와 영향' 보고서에서 "북한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양한 국제·지역 메커니즘과 연합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가입대상 기구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지역 경제안보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유력하다"고 꼽았다.
북핵을 용인해선 안 된다고 국제사회를 설득해 온 한국으로선 북한의 향후 행보에 따라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는 위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으며 이에 따라 남측과 물리적 연결을 끊는 각종 조처를 하고 있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조치를 경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핵무력에 이어 러북 동맹의 결성을 통해 이중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대남정책 전환의 체감 지수를 높이기 위한 공세적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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