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세계 첫 ‘쇼핑 스토어’ 기능 연 유튜브···국내 e커머스 판도 바꾸나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쇼핑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시작하면서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판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최근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선보였다. 지금까지도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을 클릭해 구입할 수는 있었지만, 유튜브에는 자체 주문·결제 시스템이 없어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 외부 사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상을 보다가 태그된 제품명을 클릭하면 유튜브 자체 스토어로 연결되고, 별도의 사이트에 가입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연락처와 주소 등 필수 정보만 입력하면 주문이 가능하다. 소비자 편의성이 압도적으로 좋아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유튜브가 주요 쇼핑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할 경우 높은 구매전환율을 기대할 수 있고, 크리에이터는 유튜브를 수익화하는 데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기존 외부링크 방식 대비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의 확산이 빠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패션·뷰티 등 특정 분야에서는 유튜브 쇼핑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수십~수백만 단위 구독자와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인플루언서들이 많고, 이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평가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한국 시장에서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한국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e커머스뿐 아니라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커머스의 합성어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다. 평균적인 e커머스의 구매전환율은 1%에 못 미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구매전환율이 5~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명이 방송을 시청하면 5~10명은 지갑을 연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원 수준으로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226조원)의 1.3%에 불과하지만 2028년에는 시장규모 24조원, 점유율 6.6%까지 몸집을 불릴 것으로 보인다. 성장 초입 단계인 라이브커머스 시장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시간 압도적 1위인 유튜브가 결합하면 국내 e커머스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튜브의 커머스 시장 진출이 당장 시장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예측되는 성장세를 고려하면 기존 유통기업들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디어 플랫폼 공룡들도 잇따라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틱톡은 지난해 말 국내에서 ‘틱톡샵’ 상표를 출원한 상태다. 틱톡샵은 미국 등 8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200억달러(약 27조8000억원)에 이른다. 틱톡은 상표권 보호 차원에서 출원을 했을 뿐 틱톡샵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틱톡샵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진출이 성사될 경우 틱톡 주 사용자층인 10~20대 연령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도 최근 크리에이터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플랫폼, 판매자가 고객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 시스템 등을 선보이며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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