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플랫폼3.0]타다금지법·단통법, 이번엔 플랫폼법…자승자박 되풀이 우려
<3>플랫폼 규제론의 허상
정부 공정거래위원회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전지정제도'를 바탕으로 한 비슷한 플랫폼 규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관련 법안이 폐기되고, 연초 공정위가 추진했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역시 플랫폼 업계 반대,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보이콧과 통상문제 야기 등에 부딪혀 좌초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로부터 선제적이고 강한 규제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와 규제 실패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허상'을 쫓는 모습에 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디지털패권주의가 가속화 되고 각 국은 자국 플랫폼 산업을 육성·보호하기 위해 뛰고 있는데, 한국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발목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공정위 플랫폼법 재추진,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서 새로 발의
공정위는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시장의 역동적 혁신을 이끄는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지속 매진하겠다”면서 '플래폼법 제정'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특히, 주요국이 '사전지정제도'를 골자로 한 법안을 잇따라 법제화중이란 점을 강조하며 비슷한 제도 도입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에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소수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사후적으로만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우니,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를 미리 정하고 규제함으로써 문제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이에 호응하듯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2대 국회에서 플랫폼법 추진을 공식화하고, 관련 법안을 새로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달 초 “플랫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권한 남용행위를 제재하고 갑을관계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입법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 플랫폼 제공자와 입점사업자의 불공정거래 등을 막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대표 발의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온플법안과 거의 같은 수준의 규제를 담고 있다.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인 사업자 또는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한 재화 또는 용역의 총 판매금액이 3조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를 '특정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규정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까지 국내 대표 플랫폼이 사정권에 들 수 있는 범위다.
◇플랫폼 업계, 전문가 디지털패권주의 속 한국만 자국 기업 옥죄기 탄식
플랫폼 업계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외국 플랫폼을 규제하고 자국 플랫폼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자국 플랫폼을 무더기로 규제하겠다고 나섰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글·애플 등 해외 빅테크가 소속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서도 한국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플랫폼 업계는 산업을 강하게 규제하는 성급한 법 제정이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도 규제당국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슈에 즉각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산업 경제 현실이나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부효과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혁신을 막은 '타다금지법', 국민 불편만 가중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국민 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킨 '단통법',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막은 '게임 셧다운제' 등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2대 국회를 향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사전지정을 바탕으로 집행의 신속성에 방점을 둔 '플랫폼법'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규율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며 “시장지배력 남용 규정을 적용한 위반사례도 누적되고 있어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여부 및 위반행위에 대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비판도 향후엔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한국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 배경으로 '해외에서는 플랫폼 규제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CCIA는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빅테크를 회원사로 둔 정보기술(IT) 단체다. 트레버 와그너 CCIA 연구소장 겸 수석경제학자는 “미국의 온라인 혁신과 선택법(AICOA)은 2년 전 117대 의회에서 폐기됐고, 현재 118대 의회에서도 이 법안을 부활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에 모두가 자국 플랫폼을 육성·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며 “전 세계가 글로벌 패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자국 플랫폼에 굳이 족쇄를 채울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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