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의 약물 부작용, 의사 처벌 합당한가?
소화가 잘 안되고 미식거린다고 병의원에 가면 흔히 처방하는 약이 바로 '맥페란'이라는 약이다. 일반인에게는 '맥소롱'이라는 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약은 반감기가 5시간 정도로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부위의 식도조임근과 위평활근 수축을 증가시켜 속이 거북하거나 미식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약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추체외로 증상(extrapyramidal symptom)이다.
추체외로 증상이 나타나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턱을 자꾸 움직이거나, 입맛 다시듯이 입술을 자꾸 빨거나, 혀를 낼름거리는 등 혀와 안면 근육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증상을 말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고령 여성이나 파킨슨 환자에서 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속이 거북하거나 미식거리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거의 없고 이러한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이에 대한 소송결과가 발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피해자인 80대 환자 A는 1년전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상태로 소화불량과 영양제 주사를 맞기 위하여 지역의원을 방문하였다. 그리고는 문진을 마치고 증상호전을 맥페란 주사를 2ml 정맥으로 1회 투여받았다. 환자는 3시간 후 전신쇠약과 일시적 의식상실, 발음장애 및 파킨슨병 증상악화 등의 부작용증상을 보였다. 검찰은 환자의 파킨슨병이라는 기왕력과 연령 등을 고려해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사제를 주의하여 처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음을 이유로 해당의사를 업무상 주의의무로 기소하였다.
1심에서는 의사 A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가 피해를 봤다고 인정하였다. 특히 환자는 자신이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사에게 고지하지 않았지만 의사는 약물투여 전에 파킨슨 투병여부를 물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음을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2심에서도 같은 이유로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다. 첫째, 의사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처방하는데 기왕력을 확인하지 않고 해당약물을 처방한 것은 문제가 있음은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에서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이상 의사가 제한된 진료시간동안 환자가 가진 모든 병들을 의사가 문진 혹은 열린 질문을 통해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만약 환자가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속이 미식거리고 불편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맥페란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항구토제로 사용이 허가된 약물은 맥페란과 온단세트론(온세란)이다. 온단세트론이라는 약은 구토와 미식거림과 같은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효과도 좋고 안전하기는 하지만 항암치료 후 발생한 합병증인 구토나 미식거림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때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만약 허가범위를 벗어나 사용한다면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만약 비보험으로 사용한다면 건강보험적용이 되는 약을 비보험으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해당의사는 진료비 삭감, 약값 5배수 환수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셋째, 환자의 임상양상을 보면 맥페란 주사를 맞고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증상악화가 반드시 맥페란 주사 때문인지 아니면 병의 진행에 따른 증상변화인지 인과관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환자는 80세 고령으로 파킨슨병으로 인하여 전신상태 및 구토나 식이장애가 만성 혹은 급성으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에게 맥페란을 절대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맥페란을 주사받은 모든 파킨슨환자들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파킨슨병 환자라도 주의해서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해당의사가 약물을 처방하기 전에 문진을 소홀하게 하였다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잘못으로 민사적 배상이 아닌 형사적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특히 맥페란과 같이 흔히 사용되는 약물과 같이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진료행위에서 발생한 약물부작용으로 인하여 처방한 의사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해당 판결에서의 금고 10개월은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강간미수 피고인들에게 나오는 정도의 형량으로 환자를 도우려는 마음으로 약물처방한 것에 대하여 이정도의 처분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든다.
이러한 판결을 본 의사들은 약물부작용이 조금이라도 있는 약물처방을 꺼리는 등 방어진료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에서도 성명서를 내고 의료행위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나쁜 결과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유죄판결을 내리면 어느 의사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려고 할 것인지 반문하였다.
환자들이 약물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약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하여 약물을 처방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을 처방한 이유가 환자의 증상을 호전하기 위한 선의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약물부작용을 이유로 민사적 배상이 아닌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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