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해변가에 앉다...이탈리아 첫 평화의 소녀상 공개
시장 ‘비문 교체’ 진실공방에 첫날부터 ‘험난’
일본 설치 제동 압박, 여론전 가능성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바닷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22일(현지시간) 설치됐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세계 곳곳의 소녀상이 철거 위협을 받는 가운데 이번 소녀상도 험난한 운명을 예고했다.
사르데냐섬의 스틴티노시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이날 제막식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사르데냐섬의 주요 정치인뿐만 아니라 여성단체,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의 연설에 이어 현지 합창단이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행사에 참석한 사르데냐 시민들은 이 이사장에게 다가와 소녀상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고 전해졌다.
스틴티노시는 소녀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바닷가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건립했다. 스틴티노 시청과는 불과 200m 거리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형물이다.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 발레벨라 시장이 정의연의 제안을 전격 수락하며 이탈리아 첫 소녀상이 세워졌다.
그러나 발레벨라 시장의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등 소녀상이 설치된 첫날부터 진통을 겪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전날 자사 기자를 만나 소녀상 비문 문구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발레벨라 시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으며,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비문을 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일본 정부 측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해당 보도와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이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을 오늘 만나 확인한 결과 비문 문구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자신을 찾아온 일본 대사 일행에 교도통신 기자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사후에서야 확인했다며 이에 대해 불쾌해했다고 이 이사장은 덧붙였다.
주이탈리아 한국 대사관 측은 아직 스틴티노시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 아래 긴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돼 있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또한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유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상 설치에 제동을 걸려는 일본 측의 움직임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이 곳 소녀상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질 불씨는 남은 상태다. 일본이 계속 압박과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이 일본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일본 측에는 비문 문구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을 수도 있다”며 “소녀상을 지키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르데냐섬 소녀상은 해외 설치 소녀상으로는 14번째인데, 일본 정부와 대사관의 조직적인 방해로 세계 각국에 자리 잡았던 소녀상이 철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보다 앞서 유럽 최초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도 철거 위기에 있다.
소녀상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18일 “특별 허가가 한 차례 연장됐고 이후에는 문구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용인하는 상태다. 이 협의가 실패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며 오는 9월 28일 이후 철거 의사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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