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잡기 힘든 영화 메가폰… 여전한 유리천장

박재령 기자 2024. 6. 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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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영화계 오래된 고정관념이 아직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개봉작 183편 중 여성 감독은 22.8%(49명), 여성 제작자는 24.8%(77명), 여성 프로듀서는 31.0%(71명), 여성 촬영감독은 8.1%(18명)에 불과했다.

감독 및 조감독급 여성영화인 36명에 대해선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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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 조사 발표
응답자 40% 총수입 1000만 원 이하 '남성 위주 제작 현장'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사진=pixabay

'연출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영화계 오래된 고정관념이 아직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개봉작 183편 중 여성 감독은 22.8%(49명), 여성 제작자는 24.8%(77명), 여성 프로듀서는 31.0%(71명), 여성 촬영감독은 8.1%(18명)에 불과했다.

업무 경력이 길어질수록 여성 비율이 줄어든다. 대학 연극영화과 여성 졸업생은 전체 59%이지만 영화산업 내 여성 스태프는 43.6%가 된 데 이어 감독급 스태프 중 여성 비율은 20%로 쪼그라든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 영화인들은 (조)감독 직급이 된 이후 순 제작비 50억 이상 대규모 예산 작품 편수에 대해 41.6%(15명)가 0편이라고 응답했다”며 “전체 응답자의 83.2%는 50억 이상 작품에 참여한 경험이 없거나 5개 미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여성감독 A씨는 “전반적으로 영화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남성들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좀 많다. 그들이 사람을 뽑을 때 다소 편한 사람, 같이 일하고 대화하기 편한 사람 위주로 구하다 보니 여자 스태프들을 불편해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연출직군 여성영화인 B씨는 “요즘 영화감독이 많아졌다고 보이는 건 대부분 독립영화 감독이다. 50억 원 이상 예산에선 없다고 봐야 한다”며 “아무래도 '하이리스크'가 있는 산업이라 보니 믿을 수 있는 감독한테 투자해야 하는데 주로 남자 감독이라 생각한다. 제작자나 투자자부터 남자가 많고 그들의 그룹과 커뮤니티 안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 최근 1년간 영화를 통한 총 수입. 보고서 갈무리
▲ 여성영화인 커리어패스. 보고서 갈무리

여성영화인 수입도 업계 평균보다 낮았다. 최근 1년(2022년8월~2023년7월)의 영화를 통한 총수입 조사에선 여성영화인 응답자 40%(12명)가 '10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2022년 전체 영화스태프 1년 총수입은 평균 3020만 원이다.

양육 책임 여부가 감독 데뷔 소요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감독급 여성 영화인 응답자들의 감독 데뷔 소요기간은 평균 10.8년이었는데 양육을 책임진 여성 감독들은 데뷔까지 평균 소요기간이 11.7년이 걸렸다. 반면 주 양육자가 아닌 경우엔 평균 7.5년이 소요됐다.

남성 감독 C씨는 “출산이나 육아를 해야한다고 하면 다시 들어왔을 때 힘들 것 같다”며 “CG제작부터 촬영할 때 쓰는 각종 도구, 기계 등 기술이 많이 달라진다. 프로듀서 직군에선 그런 장비들을 쓰는데 가격부터 다 알아야 하고 필요한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영화현장의 일이 1년 내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제작 기간에 노동이 집약되는 현장이라는 특수성을 기혼 여성 영화인들의 개인 생활과 병행이 어려운 원인이자 핑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혼, 출산, 육아가 여성영화인들에게 결정적인 경력단절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관련해 제도적 장치나 정책적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영화 제작 현장의 성평등 가이드라인 제시 △여성 창작자를 위한 펀드 지원 △영화인 채용절차의 공식화와 경력 증명 시스템 개발 △감독급 영화인, 영화배우 대상의 성희롱 예방교육 또는 성인지 교육 △영화인들을 위한 육아 지원사업 △여성 영화인 기술 아카데미(가칭) 운영 △글로벌 여성 영화인 네트워크 구축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 조사는 연출, 제작, 촬영, 미술 등 직군별 감독급을 대상으로 한국영화 2편 이상 제작에 참여한 남녀 영화인 42명을 대상으로 했다. 감독 및 조감독급 여성영화인 36명에 대해선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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