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급’ 환율 고공행진...“당분간 1300원 후반대 유지”
유럽 탈동조화에 아시아 통화 약세 지속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성 커
“9월 FOMC 전까지 1300원대 유지 가능성”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6원 오른 1388.3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5.5원 상승한 1392원으로 개장한 뒤 1393원까지 오르며 4월 19일(1392.9원) 이후 2개월여 만에 장중 139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30분께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한도를 연말까지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증액한다”고 밝힌 이후에야 소폭 하락하며 1380원대 후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배경에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2회 연속 금리 인하, 영국 영란은행(BOE)의 완화적 금리 동결 등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거론된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25%로 25b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에 이은 두 번째 금리 인하다. 같은날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했으나 향후 금리인하 기대가 커졌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3년 만에 2.0%를 기록했고 2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도 유지되면서 BOE의 8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하루 만에 34%에서 63%로 뛰었다.
힘을 못 쓰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도 원화 약세 재료다.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지만, 주요 경제 지표들이 부진해 향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안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일본 중앙은행(BOJ)도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1%로 동결한 뒤에 장기국채 매입 감액에 대한 계획이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내고 있지 않아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이미 5월말부터 1380원대까지 급격하게 레벨을 높인 뒤 내려오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달러화보다는 위안화와 엔화 흐름에 강하게 동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달까지 10개월 연속 월평균 1300원대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8월부터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연평균 1305.41원(매매기준율)을 기록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1398.88원(매매기준율)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올 초부터 지난 21일까지의 상반기 평균 환율도 1347.81원으로 1300원대 중반에 다가섰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7월 중순 지표발표까지 물가가 꾸준히 내려와야 하는데, 최근 유가 하락세에 에너지류가 가격을 끌어내린 경향이 있어 향후 물가지수가 반등한다면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릴 수 있다”라며 “원·달러 환율은 9월 FOMC전까지 1380~1390원대를 오가며 1400원대 근처로 가면 외환당국이 구두개입 등으로 상방을 억제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의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환율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회의에 한은과 금융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를 불러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된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에서는 유상대 부총재가 참석할 전망이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대외금리차가 곧바로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렸는데 그때 대외경제가 악화돼 위험선호 심리가 주저앉는 등 악재가 나오게 되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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