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책무구조도 '완성 단계'…연말쯤 당국에 제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른 책무구조도 예시/그래픽=이지혜

주요 금융그룹들이 '책무구조도' 작성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초안을 완성한 지주사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를 내부 규정과 전산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책무구조도를 완성하더라도 금융당국에는 연말쯤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한 상태다.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다음달 3일 시행된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유예기간 6개월후인 내년 1월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내야 한다. 금융투자업자(증권사)와 보험사는 자산 규모 등에 따라 늦어도 2026년 7월2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가장 선제적으로 책무구조도 마련에 나선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까지 은행을 비롯해 카드, 증권, 생명보험사 등 주요 4개 계열사의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사 또한 지난달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도 지난해 9월부터 TFT(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최근 지주사와 은행의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했다. 책무구조도에 들어가는 임원뿐 아니라 전 임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실시했다. 우리금융은 하반기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앞두고 책무 등 변경이 발생하면 책무구조도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도 지주사와 은행이 지난 5월초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을 끝냈다. KB금융은 준법감시인의 주관 하에 지난 1월부터 '내부통제 제도개선 TFT'를 운영했다. TFT는 지주사 전 부서의 부서장과 팀장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올 7월 종료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과 농협금융지주는 지주사의 책무구조도 초안을 먼저 완성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사업이나 업무 범위가 큰 은행도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의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주요 금융그룹들이 책무구조도를 완성하는 단계지만 실제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시기는 연말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를 선뜻 먼저 제출한 뒤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내부통제 부실로 법적 처벌을 받는 '시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임원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와 임원의 적극적 자격요건 확인·공시·보고는 책무구조도 '제출 이후'부터 시행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를 작성해도 각 은행의 전산에 심는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서둘러 제출하면 대외적으로 내세우기는 좋으나 그만큼 책임이 따르기에 주요 은행과 지주가 연말쯤 비슷한 시기에 제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책무구조도를 엄정하게 운영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내 18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책무구조도의 강력한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면피 수단으로 쓰이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며 "책임을 임원이나 CEO 등 최고위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