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을 허하라! [서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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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인천에는 '나는 인천당이야!'라는 말이 있다.
지역감정, 수도권 일극 체제, 지역소멸, 더 나아가 국가소멸 등등, 대한민국의 당면과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그리고 지역정당이 이 많은 과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최소한 '공천이 당선'인 나라, 공천권을 가진 중앙정치인이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인 나라는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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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인천에는 ‘나는 인천당이야!’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은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인천당’이라는 뜻이다. ‘조선팔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천에서 ‘인천 사랑’을 확인하는 표현이겠지만, ‘인천당’은 현재로써는 단순한 수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위 ‘지역정당’의 설립은 현재 정당법 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이란 ‘전국정당’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특정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갖고 지역 문제 해결 내지, 지역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체 또는 정치 주체로서의 정당”이다. 일본을 비롯해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지방자치가 발달한 나라에서 볼 수 있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막상 하위법인 정당법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 정당은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시·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반드시 서울에 중앙당이 있어야 하며, 5개 이상의 전국적인 조직에서, 관할구역에 주소를 둔 천 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비로소 정당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정당 설립의 자유를 하위법인 정당법에서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지역정당뿐만 아니다. 현행 정당법으로는 부문 정당, 의제 정당, 온라인 정당 등도 모두 불허된다. 다양한 정당들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놓고 경쟁하는 다원적 민주주의 자체가 봉쇄되고 있다. 현행 정당법은 어불성설, 주객전도의 악법 중 악법이다.
현재의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개정된 헌법, 이른바 ‘87년 체제’에서 만들어졌다. ‘87년 체제’는 ‘권위주의체제의 종식과 형식적 민주주의 제도화’의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참으로 놀랍게도 정당에 관한 규정만큼은 1961년 5·16쿠데타 후 박정희 군부가 기초한 소위 ‘62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조문의 번호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거의 똑같다.
그동안 정당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23년 9월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이 헌법재판관 다수의 위헌 의견에도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 판단을 받았다. 헌재는 정당법 제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신생 정당에 진입 불가의 장벽을 세우고 있다”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나머지 4명은 지역주의, 지역 간 이익갈등 심화 등을 들어 합헌 의견을 냈다. 결정 정족수인 6명에는 미치지 못해 법의 효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위헌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니 갈 길이 그리 먼 건 아니다.
지역감정, 수도권 일극 체제, 지역소멸, 더 나아가 국가소멸 등등, 대한민국의 당면과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그리고 지역정당이 이 많은 과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최소한 ‘공천이 당선’인 나라, 공천권을 가진 중앙정치인이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인 나라는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강한 민주주의’(1984)에서 벤저민 바버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온갖 위기에 직면해, 너무 많은 민주주의 때문이 아니라 너무 적은 민주주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정당법을 개정하라! 22대 국회에서 지역정당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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