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물 강아지’의 운명 [유레카]

최혜정 기자 2024. 6. 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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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 국빈 방문에서 선물받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 알라바이 한 쌍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지난 19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한 쌍은 같은 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되어 전시되다 2014년 자연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풍산개 한 쌍을 선물받아 관저에서 키웠다.

반려동물을 대통령기록물의 '굴레'에서 구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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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 국빈 방문에서 선물받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 알라바이 한 쌍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지난 19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현재 생후 40일가량 된 알라바이는 당분간 윤 대통령의 관저에서 반려동물 11마리(반려견 6마리, 반려묘 5마리)와 함께 지내게 된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동물을 상대국에 선물하는 ‘동물외교’는 드물지 않은 외교 관행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멸종위기종인 따오기를 기증받아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 아빠 러바오 역시 2016년 한-중 친선 도모의 의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여 형식으로 선물한 것이다. 다만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인 개를 선물받은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진다. 현직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는 만큼, 민간에 입양을 보낼 수도 없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한 쌍은 같은 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되어 전시되다 2014년 자연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풍산개 한 쌍을 선물받아 관저에서 키웠다. 하지만 퇴임 이후 풍산개 관리를 둘러싼 책임 소재는 전·현 정부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퇴임 직전인 2022년 5월9일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 비서실은 풍산개의 사육 및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 개정이 이유 없이 미뤄지면서 문 전 대통령은 몇달 뒤 개를 국가에 반납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했다. 현재 이들 풍산개는 광주 우치동물원에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예언’대로 윤 대통령 역시 반려동물을 선물받게 됐다. 다만 이들이 대형견으로 성장하는 만큼, 몇달 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앞선 ‘대통령기록물 강아지’의 운명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개는 인간과 교감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본능이 강하다. 반려동물인 개를 동물원에 전시하거나 공공기관으로 보내는 것은 동물복지를 외면하는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도 많다. 반려동물을 대통령기록물의 ‘굴레’에서 구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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