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 ‘고국 영화 보는 날’…영암군 ‘무비데이’ 눈길

강현석 기자 2024. 6. 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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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 각 나라별로 초청해 영화 상영
한국 문화 선보이고 이주민들 교류의 장
지난 16일 전남 영암군 삼호한마음회관에서 네팔 출신 이주민들이 모여 영화를 보고 있다. 영암군은 나라별 이주민을 초청해 영화를 상영하는 ‘위드 무비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영암군 제공

네팔 출신 푸르기마(32)는 전남 영암군의 한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한다. 한국 생활 6년째인 그는 3개월 전 영암으로 왔다. 고국을 떠나온 뒤 푸르기마는 네팔 영화를 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에서 네팔 영화를 수입해 배급하는 곳이 있지만 상영관이 많지 않아 멀리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영암군이 네팔 이주민들만을 따라 초청, 영화를 상영하고 각종 공연도 선보였다. 푸르기마는 “네팔 사람들끼리 영화를 함께 보면서 축제처럼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면서 “한국에서 이렇게 이주민을 대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이 지역 이주민들에게 ‘고국 영화’를 상영해 주는 ‘무비데이’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영암군은 “삼호한마음회관에서 지난 16일 네팔 출신 이주민을 초청해 ‘위드 네팔 무비데이’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행사에는 영암에 사는 네팔 이주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군은 영화 배급사를 통해 2019년 개봉한 네팔 영화 <더 맨 프롬 카트만두>를 상영했다. 이 영화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간 주인공이 자신의 전통과 문화 등 뿌리를 마주하는 내용의 액션 영화다.

수년 전 개봉한 영화였지만 한국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고국의 영화를 보게 된 이주민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함께 모이는 행사가 부족했던 네팔인들은 영화를 통해 교류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영화 상영에 앞서 영암 구림마을 전통문화단체 소리터가 한량무와 한국 민요 등을 선보였고, 네팔 이주민들도 전통악기 연주로 화답했다.

이주민이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 중 한 곳인 영암은 이주민들이 나라 별로 모여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위드 무비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영암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지난 5월 기준 9037명으로 전체 인구(5만2000명)의 17%를 차지한다.

영암군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위드 베트남 무비데이’를 열었다. 베트남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더 하우스 오브 노맨>이 상영했다. 군은 하반기에 태국과 우즈베키스탄 이주민들을 위한 무비데이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이주민들이 영암에 정착하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선주민과 이주민들 모두 화목한 영암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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