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3분의 1로 줄여” 지방대도 수도권으로…말 뿐인 지역균형발전

강정의 기자 2024. 6. 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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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충청캠퍼스 입학정원 ‘1208명→473명’
교수·주민 “지역 대학·경제 말살시키고 있어”
‘수도권 캠퍼스 이전’ 막기 위한 법안 발의도
중부대 이전반대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난 3일 중부대 충청국제캠퍼스 앞에서 이전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충남 금산의 시골마을이 술렁이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 속에서 젊은층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지역 대학이 캠퍼스 축소와 수도권으로의 추가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학내 구성원과 지역 사회는 “정부가 지역 대학과 경제를 말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중부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월 중부대가 신청한 수도권 제2캠퍼스(고양창의캠퍼스)로의 학과 이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중부대는 금산군 추부면 충청국제캠퍼스에 있는 반려동물보건학과 등 4개 전공을 고양캠퍼스로 이전해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경찰탐정수사학과 등 4개 전공은 신입생을 뽑지 않고 재학생들이 졸업하면 폐과가 된다.

교육부 승인을 얻어 지방 캠퍼스를 대폭 축소하고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추가 이전하려는 것이다. 이전 계획에 따르면 올해 820명이었던 중부대 충청캠퍼스 입학정원은 내년 473명으로 줄고, 고양캠퍼스 입학정원은 865명에서 1172명으로 늘어난다.

본래 금산에 자리잡고 있던 중부대는 2015년 고양캠퍼스를 신설해 수도권 이전을 진행해 왔다. 고양캠퍼스 개교 당시 입학정원은 충청캠퍼스가 1208명, 고양캠퍼스가 865명이었다. 추가 이전이 진행되면 충청캠퍼스 입학정원은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게 된다.

중부대 이전반대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난 3일 중부대 충청국제캠퍼스 앞에서 이전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지역 주민과 충청캠퍼스 교직원들은 수도권으로 학과 이전을 승인한 정부와 학교 측을 향해 지역 말살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호도 중부대 이전반대 금산군 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양캠퍼스가 생길 당시 캠퍼스 이전에 따른 부작용 등의 문제를 제기하자 대학 측은 ‘더 이상의 학생 유출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말을 바꿨다”며 “수도권 이전에 따라 대학 인근에 있는 많은 수의 원룸이 공실 상태며, 지역 상권이 무너진 지도 오래”라고 밝혔다.

김경한 중부대 교수노조 사무국장(전국사학민주화교수연대 대표)은 “수도권 캠퍼스 이전을 승인한 것은 지역 대학과 경제를 말살시키는 결정”이라며 “정부는 지방 소멸에 대한 해법도 없이 지방 대학과 경제를 고사시키는 대학 정책을 즉각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는 중부대 앞에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강정의 기자

지역 소멸 위기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논산·계룡·금산)은 지난 11일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한미군공여구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 권역에 학교와 공공청사 등 인구집중 유발 시설의 신·증설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공여구역법에서는 학교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행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중부대 등 일부 지방대가 수도권 이전 근거로 삼고 있는 이 특례 규정의 대상을 초·중·고로 한정하고 대학은 제외하자는 것이 법률 개정안의 취지다.

하지만 대학 측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부대 관계자는 “대학이 2개 캠퍼스로 분산돼 있어 학과 재배치를 통한 캠퍼스 간 특성화를 구축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학 정원이 적정 규모로 유지돼야 학사운영과 학생활동, 재정운영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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