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링포그 없으면 어떻게 사나" 때 이른 폭염에 쪽방촌 힘겨운 여름 나기[르포]
[파이낸셜뉴스] "에어컨 나오는 쉼터 찾아갈 힘도 없어. 5분만 걸어가도 땀이 비 오듯 나는데, 여기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최고지."
1년 중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주민 김모씨(72)는 그늘에 앉아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김씨는 "올해는 벌써 밤에도 더워서 어제도 뜬 눈으로 보냈다"며 "이번 여름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쪽방촌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온열 질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이상 증가한 가운데 주민들은 찜통 같은 쪽방에서 견디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기 일수다. 게다가 경제 침체로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대부분인 주민들의 생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은 매월 20일 대략 60만~70만원 수준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다. 쪽방 평균 월세 25~30만원을 내고 나면 하루 식비로 1만원을 지출하기도 버겁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7% 올라 비교적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줄곧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등 장바구니 물가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인 탓에 여름이면 찾아오는 온열질환도 큰 걱정거리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셉의원은 최근 무더위가 심상치 않자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요셉의원 관계자는 "여름을 버티지 못하고 지쳐 쓰러지시는 분이 많아 일일이 찾아간다"며 "이렇게 더워도 작은 선풍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 어떻게 도와야 할지 항상 고민"이라고 말했다.
약 400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 쪽방촌은 1∼2평 규모 방에 창문이 없어 열기가 배출되지 않아 바깥보다 온도가 높다. 그래서 주민들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로 현관문을 열고 생활한다. 그나마 낮에는 밖으로 나와 쉼터 등을 돌아다니며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열대야가 닥쳐오면 더위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서울시는 에어컨 설치와 전기료 보조 등 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이곳 주민들에게 에어컨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쪽방 구조 특성상 에어컨 설치 여건도 되지 않고, 전기료가 부담에 자주 틀 수도 없기 때문이다. 730가구가 거주하는 돈의동 쪽방촌에도 95대의 공용 에어컨이 설치돼있지만 혜택 보는 주민은 극소수다.
이날 한 건물 복도에 설치된 에어컨은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황씨는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해줬지만, 에어컨 바람이 방안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에어컨이 있어도 집주인이 전기요금 나온다고 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골목골목마다 설치된 '쿨링포그'(수증기 분사기)는 에어컨 대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쿨링포그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온도가 29도 이상, 습도가 65% 이하일 경우 수시로 분사돼 낮 시간 동안 주민들의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50대 임모씨는 "이거(쿨링포그)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싶다"며 "그래도 너무 더운 날엔 부족해서 그냥 버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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