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줄 돈 안 준 게 더 문제인데···정부, 지방재정 관리 강화

주영재 기자 2024. 6. 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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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1일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청사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재정사업평가’ 실시를 의무화하고, 법정 기금 및 특별회계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관계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세입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교부세 삭감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의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효율적인 자금 운용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지방회계법’ 개정안을 24일부터 8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방재정 관계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지자체의 ‘주요재정사업평가’ 실시를 의무화한다. ‘주요재정사업평가’는 지자체가 매년 재정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실시 여부가 재량사항이라 일부 지자체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성과 기반의 재정 운용으로 재정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지자체가 ‘주요재정사업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한다.

지자체 기금과 특별회계 관리도 강화한다. 현재는 개별 법률을 제·개정하면 법정 기금과 특별회계를 신설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지방재정법’과 ‘지방기금법’에 직접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법정 기금 및 특별회계의 중복과 무분별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아울러 지자체 통합재정안정화기금(회계연도 간 재정수입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여유 재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금 적립액의 사용 비율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세입이 감소하는 등 재정 상황이 어려울 때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순세계잉여금(세입에서 세출 및 이월액 등을 차감한 금액)의 일부를 지방채 상환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적립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하반기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지자체 통합재정수지가 18조6000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자치권과의 충돌, 중앙정부의 원인제공이라는 측면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재정과 관련한 지자체의 자치권이 굉장히 약한 상황에서 과도한 느낌이 있다”면서 “감세로 인한 영향 등 장기적인 재정전망과 함께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지방교육재정 활용 등 재정안정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안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사용 비율 제한을 없애 여유재원을 적극 활용하게 하면서 동시에 여유재원(순세계잉여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적립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뜻이다.

지방재정의 혼란상은 정부가 자의적으로 지방교부세·교부금 23조원을 주지 않으면서 초래된 점도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해 공시지가 현실화로 재산세를 깎고, 100% 지방의 부동산교부세로 가는 종부세를 깎으면서 지방재정을 어렵게 만들고선 돈을 효율적으로 쓰라고 하는 건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처방”이라면서 “순세계잉여금의 지방채 상환은 기존 법도 규정하는 내용인 데다, 일부 처방은 틀린 방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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