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 금고=빈껍데기였다…휴대전화에 담긴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종합]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故 구하라의 금고 도난 사건을 조명했다.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2020년 1월 14일 자정께 故 구하라의 집에 침입해 개인 금고를 훔친 용의자에 대해 추적했다.
2019년 11월 23일 공식 SNS에 “잘자”라고 글을 남기고 몇 시간 후 지인들만 아는 비밀 SNS 계정에는 “무섭다..”고 게시한 구하라. 그는 다음날인 24일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사망 현장에서는 간단한 메모만 발견됐고 유서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故 구하라의 유족과 지인들은 49재를 마치고 2020년 1월 13일 밤 고인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 몇 시간 후인 14일 자정께 한 남성이 故 구하라의 집에 침입해 무려 31kg에 달하는 금고를 훔쳐갔다.
故 구하라의 금고 도난 사건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지난달 BBC 코리아의 ‘클럽 버닝썬’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은 바. 승리 일당의 비밀 대화 속 인물이 누군지 밝힐 수 있도록 최종훈을 설득한 사람이 故 구하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故 구하라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휴대전화가 버닝썬과 연관성 문제가 있다 없다는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금고 사건을 되짚어볼 필요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 씨는 “동생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갔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우리가 살아온 과정이 있지 않나. 옆에 조금 더 붙어있어 줄 걸 하는 후회도 들더라”면서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 그래도 고인의 집인데 고인의 물건을 그렇게 훔쳐간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금고 도난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한참 지난 상황이었다. 이틀 정도 밤새가면서 CCTV 영상을 찾았다. 집 근처 네 면이 다 CCTV가 있다. 다 돌려봤을 때 딱 두 군데서만 나왔다. 금고를 가지고 가는 영상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현관문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열감지센서가 장착된 디지털 도어락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당시 비밀번호도 구하라가 사망한 후 구호인 씨가 곧장 변경한 상태였다고. 현관문을 열지 못한 채 돌아선 범인은 측면 벽의 CCTV 위 2층 철문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금전적 이득이 목적은 아닌 듯 했다. 금고가 있는 옷방에 값비싼 명품들도 있었지만 금고만 가져갔기 때문. 쉽고 빠른 도주로(현관문)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단순 절도범이 아닐 가능성을 높였다.
구호인 씨는 “버닝썬에 관련된 자료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훔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관련되기보다는 내가 군대에서 동생에게 쓴 편지, 동생이 가르치는 학생에게서 받았던 편지, 계약서와 소속사에서 정산받은 서류, 집 등기권리증, 휴대전화가 대여섯대 됐다”며 “버닝썬 멤버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기에 지인일 수도 혹은 제3자일 수도 있다. 누구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구하라의 휴대전화 사용 시기를 유추해 볼 때 정준영의 ‘황금폰’ 기록과 버닝썬 사태, 전 남자친구의 폭행 사건, 친모 상속 분쟁 등 여러 사건이 얽혀 있었다.
구호인 씨는 구하라의 지인들과 함께 금고를 열어봤다고 밝혔다. 구하라가 생전 친가족처럼 따르던 가사도우미에게 “만일을 대비해 유서를 작성해뒀다”고 했기에 금고를 열어봤지만 종이로 된 유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금고 안의 내용물은 정리하면서 중요한 것들은 다 뺐다. 금고를 가져갔을 때는 거의 빈껍데기를 가져갔다고 무방하다. 아이폰이 잠겨 있는데 풀기 위해서 아직도 업체에 맡겨놓은 상태다. 언젠가 기술이 나오면 이것을 풀기 위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에게 맡겨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금고를 훔쳐간 범인이 직접적으로 얽힌 당사자가 아니라 심부름센터 또는 청부업체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몽타주 수사관 출신 전문가가 그린 범인의 몽타주도 공개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170cm 후반대에 날씬하고 건강한 체격을 가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왼쪽 귀에 귀걸이를 착용했으며 근시로 인해 안경 혹은 콘택트렌즈를 평소 착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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