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과 정은지여서 가능해진 이질적인 것들의 무한결합('낮밤그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6. 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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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밤그녀’, 세대, 장르, 감성까지 넘나드는 이 드라마의 정체

[엔터미디어=정덕현] 낮에는 50대 임순(이정은)이었다가 밤이 되면 20대 이미진(정은지)으로 변한다?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그 판타지 설정이 엉뚱하다. 낮과 밤이 달라지는 이 판타지가 먼저 보여주는 건, 변화된 나이와 그로인한 상황 때문에 겪게 되는 코미디다. 20대의 마인드로 50대를 살아야 하는 이미진의 처지가 웃음을 주고, 50대의 겉모습이지만 20대의 마음으로 그곳으로 내려온 계지웅(최진혁) 검사와의 묘한 관계가 달달한 웃음을 준다.

물론 50대와 20대가 겹쳐진 상황을 통해 이들 각 세대가 겪는 현실들이 담긴다. 7년째 공시생으로 낙방에 낙방을 거듭한 데다, 사기까지 당한 이미진은 그 사실을 집에다 알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낮이 되면 50대로 변하는 임순은 은퇴한 시니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때는 저마다 잘 나갔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에게 수모를 겪으면서도 작은 일자리라도 찾아야 하는 그들의 현실이 그것이다.

그래서 50대와 20대의 현실이 맞물려 서로의 세대에 대한 공감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드라마는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50대에 시니어 인턴으로 서한시 검찰청에서 일하게 된 임순은 마침 공익요원으로 그곳에 발령받은 톱스타 고원(백서후)을 염산 테러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하고, 그곳으로 자청해온 계지웅(최진혁) 검사와 자꾸만 사건으로 얽히더니 급기야 실무관 보조가 된다. 계지웅 검사가 이 서한시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연쇄 실종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에 로맨틱 코미디와는 너무나 다른 결의 서사를 더해 넣는다.

이제 실무관 보조가 되어 계지웅 검사를 돕는 일을 하게 된 임순(혹은 이미진)은 잔혹한 신체절단 살인사건을 벌이고 있는 범인을 힘께 수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때론 달달하고 때론 코믹한 상황들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끔찍한 살인사건이 펼쳐지는 냉온탕을 오가는 복합 장르적 색깔을 띠게 된다.

멜로와 범죄스릴러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백꽃 필 무렵>이 까불이라는 희대의 살인마를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기막히게 연결시키며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이제는 멜로의 자칫 느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여줄 수 있는 장치로 단골 등장하게 됐다. 물론 수사와 추리 같은 재미요소들도 빠질 수 없지만.

그래서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낮에는 임순으로 밤에는 이미진으로 변신하는 인물의 판타지와 더불어,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범죄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더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시니어 인턴으로 모인 어르신들의 숨겨진 이야기 또한 앞으로 펼쳐질 예정이라 휴먼드라마적 색깔도 더해질 작정이다.

20대와 50대를 오가야 하는 2인1역의 연기도 만만찮지만, 로맨틱 코미디와 범죄스릴러 그리고 휴먼드라마 같은 이질적 장르들을 오가며 이물감 없이 만들어내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이물감을 없애주는 이정은과 정은지의 연기가 새삼스럽게 보인다. 두 사람을 오가는 상황이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서로 닮은 느낌을 연기로 표현해내고 있고, 여기에 다양한 장르적 결 또한 자유자재로 오가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50대에 20대의 감성을 표현하는 이정은의 연기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큼 압권이다.

어찌 보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2인1역의 이정은과 정은지가 있어 그 변화들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덕분에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세대와 장르와 감성까지 다양한 작품이 되고 있다. 한참을 웃다가 때론 설레다가 때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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