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의 시인 김준태, 독일서 시선집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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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시인 김준태(76)의 시 60편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한국어 원작과 독일어 번역본을 함께 실은 시선집 '물거미의 노래'가 독일 뮌헨의 이우디치움 출판사에서 나왔다.
"제 번역 시집으로는 영어와 일본어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번 시선집은 번역자들이 작품을 고르고 책 제목도 그쪽에서 정했어요. 특히 제 시 '노래, 물거미'의 일부를 번역하고 시집 전체의 표제로 삼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래, 물거미'는 비무장지대에 사는 세계적인 희귀종 물거미의 사랑을 통해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통일의 희망을 노래한 작품인데, 독일 역시 우리처럼 분단을 겪은 나라 아닙니까? 그곳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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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형식 소설집과 신작 시집도 출간 예정
“과거 잊지 않되 미래 열어가는 것이 시”
광주의 시인 김준태(76)의 시 60편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한국어 원작과 독일어 번역본을 함께 실은 시선집 ‘물거미의 노래’가 독일 뮌헨의 이우디치움 출판사에서 나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한 이 시선집의 번역은 양한주 독일 보훔대 교수와 시인 위르겐 반세루스가 맡았다.
“제 번역 시집으로는 영어와 일본어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번 시선집은 번역자들이 작품을 고르고 책 제목도 그쪽에서 정했어요. 특히 제 시 ‘노래, 물거미’의 일부를 번역하고 시집 전체의 표제로 삼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래, 물거미’는 비무장지대에 사는 세계적인 희귀종 물거미의 사랑을 통해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통일의 희망을 노래한 작품인데, 독일 역시 우리처럼 분단을 겪은 나라 아닙니까? 그곳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시선집에는 그의 초기 대표작인 ‘감꽃’ ‘참깨를 털면서’에서부터 1980년 5월 광주의 진혼곡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그리고 최근작인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와 ‘시’ 등이 두루 포함되었다. 책 뒤에 붙인 발문에서 양한주 교수는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을 신뢰하며 확신한다. 그는 샤머니즘과 시적 에너지에 대해서도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낙천주의는 시편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어 시선집 출간을 기념해 현지에서 행사 초청이 왔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아 거절했다. 지난해 허리와 목을 잇따라 수술한 뒤라 아직은 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는 광주 금남로에 마련한 공부방 ‘김준태 금남로 리케이온’과 인근 전일빌딩의 디지털정보도서관을 일터로 삼아 드나들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199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등단한 그는 콩트 형식 액자소설을 모은 소설집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가제)와 신작 시집을 올 가을에 낼 예정이다.
“흔히 작업실 하면 조용하고 풍광 좋은 자연 속의 공간을 떠올립니다만, 저는 광주 도심 한복판을 고집합니다. ‘그들’과 함께 있으려는 거죠. 5·18 때 죽은 이들이 저를 찾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한 달에 스무 날씩 작업실에서 자면서 시와 산문을 쓰기도 합니다. 생명·평화의 현장으로서 금남로를 노래하고 싶습니다. 돌멩이 하나, 가로수 한 그루, 풀잎 하나에도 노래와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요.”
시인은 자신이 전쟁을 세 번 겪었다고 말했다. 두 살 나이에 아버지를 보도연맹 사건으로 앗아간 6·25 전쟁, 청룡부대 일원으로 참전했던 베트남전쟁, 그리고 광주 5·18이 그것이다. 연이은 죽음의 사태 앞에 그는 때론 통곡하듯 때론 죽은 이를 위무하듯 시를 써 왔다. 그를 두고 샤먼이라 일컫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쟁과 학살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살면서도 시인으로서 그는 어디까지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저는 생명, 평화, 통일을 꿈꾸며 시를 써 왔습니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잊지 않되 항상 미래를 열어 가는 게 시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휴전선 늪지대의 물방울 속에서 사랑하고 꿈꾸며 노래하는 물거미처럼 단순하고 소박하고 완벽한 사랑을 노래하려 합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준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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