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현실 잊고 실컷 웃다 가세요”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이성민이 역대급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오싹 코미디'다. 이성민은 극 중 터프가이 '재필'을 열연하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이성민은 작품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을 압도해 왔다. 지난해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을 비롯해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공작》 등으로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진양철 회장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신뢰를 공고히 했다.
그런 이성민이 신작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진양철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간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 웃음과 충격을 자아내는데, 그 자체가 관전 포인트다. 그가 연기한 '재필'은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한없이 새침하고 부끄러움 많은 성격의 소유자로 치명적 매력을 장착한 인물이다. 특히 구릿빛 피부에 언밸런스한 꽁지머리 헤어스타일은 배우 이성민의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 만나는 비주얼이다. 단숨에 시선을 빼앗는 그의 꽁지머리는 배우 이성민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헤어스타일이라는 후문. 이성민의 연기력과 독보적 캐릭터 '재필'의 만남은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재필'과 '환장의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상구'는 이희준이 연기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연극 무대에 함께 오르던 시절부터 영화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로봇, 소리》 등을 통해 맞춰온 환상적인 호흡을 《핸섬가이즈》에서 십분 발휘해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를 보여준다. 두 연기파 배우의 '티키타카' 코믹 연기 역시 관전 포인트다.
이성민은 《핸섬가이즈》에 대해 "굉장히 유쾌하고 발랄하고 다이내믹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재필' 캐릭터에 대해서는 "터프하고 섹시하고 매력적인, 그러면서도 속이 깊고 따뜻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남동협 감독은 "배우라는 직업이 '천의 얼굴을 가진 직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성민은) 그 말을 몸소 증명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고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또 캐스팅에 대해 "제가 이분들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분들이 나를 선택해 줬다는 게 맞다. (저의) 데뷔작에 함께해 줘서 가문의 영광"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홍콩에 주성치, 오맹달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성민, 이희준표 코미디가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핸섬가이즈》는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손꼽히는 제57회 시체스영화제 경쟁부문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성민을 만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늘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아왔기에 '재필' 역은 새로운 도전이다.
"유독 외모에 신경이 쓰였던 역할이었다. 극 중 저와 (김)희준씨 외모가 사건의 중요한 시작점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인물을 찾아보고 지금의 '재필'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해본 코믹 연기는 어땠나.
"촬영하며 늘 의문이었던 게 '우리는 즐거운데 관객은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미스터리 속에서 촬영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도 여러 버전으로 촬영했다. 이런 부분이 코미디를 촬영하면서 빠지는 딜레마 중 하나인 거 같다. 오늘 영화시사회에서도 '우리가 의도한 부분에서 관객이 반응할까'를 체크하면서 봤다. 어느 정도는 저희가 의도한 곳에 반응해 주시는 거 같아서 안도했다. 지금도 그런 부분 때문에 긴장이 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어땠나.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웃어야 되는 영화' 내지는 '코미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 왔지만 재필이란 캐릭터가 신선했다.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과는 결이 달라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것도 좋았다. 제 스스로 변화를 가져보고자 이 작품을 선택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뭐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웃음). '핸섬'이라고 하면 정우성, 강동원 이런 배우들이 해야 하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게 딜레마였다. 그러나 촬영하면서 '잘생긴' 핸섬이 아닌 '멋진' 핸섬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핸섬가이즈'지만 캐릭터들이 험상궂게 나온다. 그에 적합한 얼굴을 만드는 것이 숙제였다. 보는 사람에게 불쾌하거나 공포심을 줄 수 있는 얼굴이어야 했다."
이희준 배우와는 영화 《남산의 부장》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좋았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면. 이번엔 마음을 열고 빌드업 될 수 있게 마음껏 편하게 연기했다. 그게 차이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희준은 늘 준비 과정이 길고 완벽했다. 이번에도 자기를 코너에 걸어놓고 긴 준비 과정을 거치더라. 그걸 보면서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상구로 변한 모습을 보는 순간, 저 배우가 저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상상이 됐다. 자연스럽게 내가 이희준이 만들어 놓은 외모와 캐릭터에 밸런스 맞춰 연기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앙상블을 맞추며 수월히 연기할 수 있었다."
'섹시가이' 상구 역을 맡아 호흡을 맞춘 이희준은 "20대부터 선배님과 연극을 해왔다.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함께 연기하는 게 편했고 즐거웠다"고 화답했다. 이어 "선배님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점점 위기감이 들기도 했는데, 즐거운 경쟁을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내봤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저희 영화는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것 같다. 웃다 보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신 분들께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저희 영화를 보시면서 잠시 현실을 잊고 많이 웃고 가셨으면 더 바랄 게 없다."
한편 이성민은 최근 영화 홍보 일정으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성민은 이 자리에서 "이번 영화에 대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내 기준에선) 코미디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넘었던 《극한직업》보다 재밌다. 그 영화보다 많이 웃을 거라고 장담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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