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선정에 경쟁지역 반발, 왜?

손봉석 기자 2024. 6. 2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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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5년에 부산에서 열린 이후 2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가 경주시로 사실상 결정됐다. 개최지 선정을 위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외교부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2025년에 개최가 되는 제33차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주시를 준비위원회에 건의키로 의결을 했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21개 국 정상과 각료 등 6000여 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로, 정상회의·관료회의·기업회의 등으로 구성된다. 2005년 부산 개최 후 20년 만에 내년 11월 국내에서 열린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따르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교부는 선정위원들이 “토의 및 평가에 기반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수성을 보유한 경주시가 APEC 개최를 위한 최적의 후보 도시라고 다수결로 결정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 외교부에서 제4차 회의를 진행했다. 외교부 제공



앞서 경주시와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3곳이 APEC 개최지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선정위는 APEC 정상회의 유치 목적과 기본 계획 우수성, 국제회의 및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등 4개를 평가에 기준으로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3개 후보 지역은 유치신청서, 현장 실사 결과, 후보 도시의 유치계획 등을 검토했다.

외교부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열어 선정위 건의에 따라 개최 도시를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탈락한 지자체들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21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위원회까지 구성해 개최도시를 선정하는 것은 해당 도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APEC 정상회의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취지”라며 “공모기준의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탁월한 인천을 두고,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사 개최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또 “마치 수능 만점자를 탈락시킨 것과 같은 참 나쁜 결정”이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앞선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조만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신중하고도 현명한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이 6월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인천시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인천광역시 제공



인천시 측은 이번 선정이 평가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3월 27일 개최도시 공고문에서 공고일 기준으로 ▲당초 개최 목적 및 기본계획 우수성 ▲국제회의에 부합하는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발전 기여도 항목으로 개최도시 여부를 평가하기로 했고, ‘~을 추진’, ‘~이 가능’ 같은 모호한 표현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를 했지만 선정위원회가 경주를 ‘국가 및 지역발전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또, 경주가 공모기준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요 회의장 배치안을 당초 유치신청서와 전혀 다르게 변경하고, 개최 지역 범위를 신청 지역인 경북을 벗어나 타 시도까지 임의로 확대 수정했는데, 이는 명백한 공모기준 위반이며, 이에 대한 면밀하고 객관적인 검토 없이 표결이 진행된 점에서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인천시는 이와 함께 “경주시에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묵어야 할 5성급 호텔과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 2개소 2객실이고, 만찬장으로 제안한 월정교는 협소한 목조건물이어서 최대 1000여 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적합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1일 도청 기자실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선정에 대한 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 역시 이번 경주 유치 결정에 싸늘한 분위기기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21일 “외교부가 어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를 열어 경주를 최종 후보 도시로 결정했다”며 “APEC 유치에 나선 제주로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또 “아쉬움을 뒤로하고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에 함께 노력하겠다”며 “APEC 유치를 위해 응집했던 135만 제주인의 긍지와 자부심이 제주 도약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도청에 걸려 있던 APEC 유치 홍보 깃발과 홍보판은 경주 선정 소식이 전해진 후 바로 철거가 됐다.

무엇보다 제주는 2004년에도 개최지 경쟁에 참여해 부산에게 석패를 했고 풍부한 국제회의 유치 경험과 최고 수준에 달하는 특급호텔 39곳과 4300석 규모 컨벤션센터 등 정상회의를 위한 다양한 기반시설을 구축했고 유치를 기원하며 한라봉 캐릭터까지 선정하는 등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또 지역에 있던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청을 따라 수도권으로 이전을 한 후 ‘관광청 신설’ 등 중앙 정부의 공약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제주 홀대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장관회의 및 고위관리회의(SOM) 등 내년 APEC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한국에서 열리게 될 주요 회의를 개최도시로 선정되지 않은 인천과 제주에서 분산해 개최하는 방안도 함께 건의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한국은 2025년 APEC 의장국으로 올해 말 비공식 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2025년에 200회 이상의 각급 APEC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APEC 의장국인 페루의 경우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수도 리마(Lima)를 포함해 아레키파(Arequipa), 우루밤바(Urubamba), Trujillo(트루히요), 푸칼파(Pucallpa) 5개 도시에서 관련 회의들을 분산해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APEC 정상회의는 의장국 칠레 국내 사정에 따라 취소됨에 따라, 21개 회원국이 싱가포르 APEC 사무국에서 최종 고위관리회의(CSOM)를 개최했다. 외교부 제공



한편, 페루는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 실정으로 인해 하야나 탄핵 논의까지 이어지자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는 앞서 2019년에 칠레에서 개최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가 대통령 사퇴 시위 여파로 취소가 되면서 싱가포르에 소재한 APEC 사무국에서 최종 고위관리회의(CSOM)를 하는 것으로 대체하며 국가신인도에 큰 손상을 입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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