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입법 없이 추진 가능한 61개 개선과제 건의

경제계가 첨단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신속한 투자 지원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를 설치하는 등 국회 입법 없이 정부 정책만으로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개선과제를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개선과제'를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건의서는 미래성장 기반조성, 기후위기 대응, 자본시장 활성화, 규제 합리화 등 4대 부문에 걸쳐 61개 세부과제를 담았다.

먼저 상의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지원할 정부내 투자거버넌스 구축, 집행기구, 새로운 방법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의는 "첨단전략산업이 국가대항전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투자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지원 거버넌스를 보강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투자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해 기업투자와 관련된 규제개선, 세제지원, 보조금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첨단산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투자를 위한 한국형 테마섹의 설립을 요청했다. 한국형 테마섹(Temasek)이란 단기간 개발이 어려운 고위험·고성장 미래전략기술 확보, 첨단산업 관련 생산시설 확충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간의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국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자본으로서 투자하는 국가투자지주회사를 말한다. 싱가포르와 영국 등은 이미 국가 주도로 인내자본을 형성해 첨단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상의는 또 "기업의 투자 환경이 바뀐 만큼 투자 지원방식도 변화돼야 한다"며 "R-BTL과 같은 새로운 투자 기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R-BTL(역임대형 민자사업)이란 정부가 토지·공장 설비에 선투자해 건설한 후 민간에 소유권을 양도하고, 민간은 공장 설비를 운영하며 일정기간 임차료를 정부에 지불하는 형태다. 기존 임대형 민자사업(BTL)을 뒤집는 역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을 말한다.

첨단산업과 관련된 세제개선 요청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클라우드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상의는 "AI·클라우드는 디지털 전환과 전 산업의 생산성 구조를 바꾸는 기술로 디지털 강국 실현에 필수 요소로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내 AI 투자금액은 주요국 대비 부족한 수준"이라며 "잠재력 높은 미래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정책개선도 주문했다. 상의는 그 예로 '전기차 충전기 인증 항목·기간 개선', '양·음극재 통합환경허가제 시행 유예'를 들었다.

또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합리화 사항으로는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업 범위 확대'와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공시 적용대상 예외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상의는 규제 합리화를 위한 25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스크린쿼터 산정방식 개선', '부산항 터미널 컨테이너 반입제한 완화', '국내 ESG 공시의무화 시행시기 합리적 조정' 등을 대표과제로 꼽았다.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산업대전환의 시기에 기업이 대응해 나갈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기업투자와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시행령·시행규칙 개정과 같이 정부 정책으로 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