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가는 반려견...생애주기 다시 짜고 영양표준도 마련한다

류준영 기자 2024. 6.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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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장


약 13세. 반려동물의 평균 기대수명이다. 기대수명이 예전보다 1~2년 늘었으나 최대 수명은 20세쯤이라는 것이 학계 통설이다. 개·고양이의 수명이 늘어난 이유가 뭘까. 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장은 "유기농 원료에 기능성까지 더한 고품질 펫푸드 공급이 늘어난 데다 치주질환·관절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 펫보험 등 건강한 먹거리와 관련 의학이 발달한 덕분"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국립축산과학원도 바빠졌다. 반려동물의 무병장수 변화에 맞춰 자견(만 2세 미만 강아지), 성견(만 2~6세), 노령견(7세 이상)으로 구분한 반려동물 생애주기를 재설정하고 새로운 영양표준도 구축해야 해서다. 황성수 동물복지연구팀장으로부터 '반려동물 관련 R&D(연구·개발) 동향'을 들어봤다.

최근 국립축산과학원의 화두는 '반려동물 헬스케어'다. 1952년부터 주로 소·돼지 등 축산 분야 연구가 주축을 이뤘다면 최근엔 반려동물 연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올해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확장 방향은 펫푸드, 펫헬스, 펫테크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펫푸드 분야에선 '반려동물 영양표준' 초판이 올해 나올 예정이다. 반려동물 영양표준은 반려동물이 건강한 생활과 정상적인 생리 상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영양소의 최소 권장 수준을 제시한 지침이다. 이는 주로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을 위한 사료 개발에 쓰인다.

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장/사진=국립축산과학원

황성수 팀장은 "국내외 다양한 펫푸드 기업들이 반려동물 고유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영양식을 개발하면서 국내에 반려동물에 대한 영양 표준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았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등 해외에선 이미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표준을 제정해 산업에서 활용 중이다. 그렇다면 이 표준을 가져다 쓰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황 팀장은 "우리는 주로 소형견을 키우고 주거 환경이 아파트라는 점 등 생활 환경이 해외와 많이 다르기 떄문에 이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해 표준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외 영양표준 자료와 국내 연구 결과를 수집해 국제 수준에 기반한 영양표준 초안을 설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펫 헬스 분야에선 자견, 성견, 노령견을 구분한 생애주기를 재설정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는 나이대에 따른 소화력, 활동량 등을 고려해야하는 영양관리 및 약처방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자견은 성장이 가장 빠른 시기로 골격과 근육이 우선 발달하기 때문에 고에너지 건강케어사료 등을 통해 단백질과 미네랄 공급에 신경써야 한다.

성견은 성장이 끝난 시기로 체중 1㎏당 상대적인 에너지 요구 수준이 강아지 때보다 낮다. 때문에 영양 과잉으로 비만이 일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노령견은 필요 에너지가 성견 대비 20%까지 감소한다. 단백질 대사가 느려지고 소화력이 떨어져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단백질을 주로 먹여야 한다.

황 팀장은 "반려동물 수명이 길어져 이젠 노령견 상태로 7~8년 이상을 더 사는데 그렇다면 노령견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려동물 생애주기를 단순하게 나눌 것이 아니라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과학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펫테크 분야에선 펫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반려동물 DNA(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한창이다. 반려동물 고령화 시대를 맞아 유전자 검사로 아프기 전에 관리하자는 취지에서다.

반려동물은 노화 과정에서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심장·신장질환, 유선종양, 백내장 등 각종 만성 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아프다는 표현을 직접 할 수 없는 반려동물은 질병 징후를 빠르게 발견해 악화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는 예측 진단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게 황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반려동물은 가축과는 달라서 유전자 검사로 반려견의 질병 위험을 예측하려면 건강한 반려견과 질병에 걸린 반려견의 유전자 발현 차이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이 높은 유전자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들이 현재 많은 진척을 이룬 상태"라며 "이를 질환관리용 사료(처방식) 등을 만드는 기업들이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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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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