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떼먹는 악성 임대인 127명 공개…707억 버티는 집주인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안심전세’ 앱 수시 공개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난해 4월18일 저녁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남쪽 광장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이 최근까지 총 127건 공개됐다. 이들이 떼어먹은 보증금은 평균 18억8천만원에 이른다.

23일 국토교통부 누리집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운영 중인 ‘안심전세포털’ 누리집과 ‘안심전세’ 앱에는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상습채무불이행자’로 지정된 이른바 악성 임대인 127명의 명단이 올라 있다. 법이 정한 상습채무불이행자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공사가 임차인에게 대신 변제한 보증금이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을 뜻한다.

공개된 127명(개인 121명·법인 6곳)의 보증금 반환 채무는 총 2384억7천만원이었다. 연령대(법인 제외)를 보면, 50대가 33명(26%)으로 가장 많았고,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20대(6명)가 뒤를 이었다. 최연소 악성 임대인은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26살 이아무개씨로 4억8천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악성 임대인들의 주소지로는 수도권이 101명(법인 포함, 경기 45명·서울 35명·인천 18명)이 전체의 79.5%를 차지했다.

보증금 채무액이 가장 큰 사람은 강원도 원주가 주소지인 32살 손아무개씨로, 채무 총액이 707억원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는 인천 부평이 주소지인 정아무개(68)씨로 채무금액이 109억9천만원에 달했다.

실제 전세사기와 역전세 피해 규모는 공개된 것보다 훨씬 크다. 명단 공개의 근거를 담은 개정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일(지난해 9월29일) 이후 미반환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해야만 공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보증보험 미가입 임차인의 피해 현황은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세계약 체결 전 악성임대인 명단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올해 1∼5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32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082억원)에 견줘 64.9% 증가했다. 공사 관계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 여부가 확정되면 수시로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며 “이달부터는 매주 명단이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