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러시아, 레드라인에 가까워져…선 넘지마라" 거듭 경고

[the300]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정밀무기 北에 주면, 어떤 선이 있겠나"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러 회담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06.20.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따른 러북조약에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우리가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 등을 넘긴다면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도 제한이 없어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23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러관계가 우리 혼자만 관리하는 건 아니다. 러시아도 당연히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되는데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실장은 지난 20일 정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는 "엄중경고를 한 것이고 선을 넘지 마라, 실수하지 마라 하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유사시 상호 군사원조 등을 약속하자 대응에 나섰다.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법에는 "살상무기든 비살상무기든 여러가지 기술적 진보나 여러 면에서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 나오느냐에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무기지원의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다만다 하는 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고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측 하기 나름이라는 말씀"이라고 재차 말했다.

또 장 실장은 과거 소련(소비에트연방)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헌영 전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사형당한 점을 상기하며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북한은 프리고진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러시아의 파트너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북한이 나중에 러시아한테 (군사적 지원 등을) 레버리지 삼아서 어떻게 나올지 그런 부분도 러시아가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설립자이며 러시아 군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뒤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러북관계 강화와 차별화되는 중국의 입장도 설명했다. 장 실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성과와 관련해 "중국이 특히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이라는 게 크게 세 가진인데 한반도 평화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며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중국이 포함된 한일중 정상회의의 결과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 자체가 이 문안이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답을 스스로 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북한이 북방한계선에(MDL 기준 2㎞)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을 세우고 전선지역 일대에 지뢰를 묻는 등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남북 단절' 작업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국방성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발표 이후 철수했던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복원을 개시해 올해 1월쯤 완료했다. 4월쯤부턴 북방한계선 등 전선지역 수 개소에 다수 병력을 투입해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다만 해묵은 과제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조급함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장 실장은 "상호존중의 새로운 한중관계의 기반을 잘 정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시 주석의 방한도 그런 큰 틀에서 다뤄나간다 그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에 대해서는 "군사분계선이 한 200미터 간격으로 표지물이 있는데 요즘처럼 풀이 많이 우거지는 녹음기에는 잘 안보인다"며 "그래서 넘어오는 단순 월경에 좀 가깝다고 일단은 보고 있다. 넘어오자마자 경고방송이 나가고 경고사격이 나가기 때문에 바로 돌아간다"고 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는 총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장 실장은 "주로 정찰총국 산하의 해킹조직들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이버해킹을 한다"며 "우리 국정원이 파악한 바로는 우리 국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공격 시도가 하루에 한 160만건 정도 된다. 이중에서 80% 정도가 북한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상당히 심각한 편이고 점점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도화돠니까 그것에 맞춰서 총력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그것에 따른 편제도 많이 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