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에 ‘쓰레기車’ 샀다…‘잊으면 당한다’ 중고차는 침수, 딜러는 잠수 [세상만車]
중고차 살 때 망각하면 망신
선무당 구별법이 사람잡는다
알뜰 소비자는 호모 메모리스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 찻집을 운영하는 저승사자(이동욱)는 큰 잘못없이 비교적 선하게 산 망자에게 차 한잔을 권합니다.
저승길로 편안하게 안내해주는 ‘망각의 차’입니다. 망자에게 망각은 배려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망각은 사람이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주기도 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밀어내고 안정을 줍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시켜 줍니다.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도 망각 때문에 나왔죠. 고통을 비워야 즐거움 채울 수 있습니다.
인류의 문명도 기억을 계승하는 기록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기억하는 인간’ 호모 메모리스(HOMO MEMORIS)가 문명 창조와 발전의 주인공인 셈입니다.
역사도 ‘잊으면 당한다’를 말없이 가르쳐줍니다. 3월1일, 6월6일, 6월25일, 8월15일 등을 기념일로 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에게도 ‘기억의 되새김’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망각을 악용한 사기꾼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수차 피해입니다. 매년 장마, 폭우, 태풍 등으로 침수차 피해가 발생합니다.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침수차는 계속 발생했습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침수차 피해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으로 몰래 흘러들어와 제 2·3의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는 중고차 유통의 개선과 발전도 저해합니다. 중고차를 넘어 자동차 산업 전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수도권 곳곳에 물 폭탄이 터졌던 지난 2022년 8~9월 2만1732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침수 차량 피해액은 214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됐습니다.
이 때 발생한 침수차 피해가 역대급이라는 근거가 있습니다. 손보협회 통계를 분석해보면 종전에는 2020년 발생한 침수차 피해가 가장 컸습니다.
2020년 7~9월에 장마 및 태풍(바비, 마이삭, 하이선)으로 2만1194대가 침수됐습니다. 추정 손해액은 1157억원에 달했죠.
2년 전에는 피해액이 2020년 때보다 2배 가까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수입차 메카’ 서울 강남에 115년만의 역대급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제네시스 등 고급차량 피해가 컸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손보업계의 적극 개입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해주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한 차량들은 대부분 폐차됐습니다.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보면 될까요. 아닙니다. 자의반 타의반 보험사에 피해를 접수하지 않은 차량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피해가 발생했던 당시 자차보험 가입률은 72.7%였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침수차 10대 중 3대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침수차는 중고차 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험처리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 차량까지 포함하면 3만대에 달하는 침수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택은 구매자 몫입니다. 하지만 물 먹은 침수차는 사면 물 먹는 차입니다. 차는 물과는 상극인 전자장치와 금속으로 구성됐습니다. 침수로 치명타를 입습니다.
제대로 거래가 될 일이 없습니다. 제값을 못 받죠. 금전적 피해를 줄이려는 일부 침수차 소유자, 이들에게 차를 산 악덕 호객꾼들이 침수 사실을 숨긴 채 판매하게 됩니다.
‘침수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자차보험 가입자가 ‘자의든 타의든’ 보험사에 접수하는 대신 자비로 수리한 뒤 중고차로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침수차가 대규모로 발생한 며칠 뒤부터 온라인 사이트에는 폐차보다 좋은 값에 구입한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침수차를 폐차 금액의 10배 이상 주고 매입했다고 주장하는 판매자의 글도 등장했습니다.
A씨(50대)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에 침수는 물론 사고 흔적도 없는 수입차를 5000만원에 구매했죠.
며칠 뒤 운행 중 엔진이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아 점검을 받다가 침수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화가 난 A씨는 딜러에게 곧바로 항의했죠. 딜러는 자신도 침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발뺌한 뒤 잠수했습니다.
침수차 사기꾼들은 소비자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비싸면 비싼 대로, 싸면 싼 대로 속여 팝니다.
침수차를 판 뒤 순순히 환불해주는 사기꾼은 없습니다. ‘중고차는 침수, 딜러는 잠수’입니다.
이 중에는 정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사기꾼에게 되치기 당할 수 있는 구별법도 많습니다. 사람잡는 ‘선무당’ 구별법입니다.
일반 소비자는 널리 알려진 침수차 구별법 중 안전벨트에 남은 흔적, 악취, 오물, 녹 등을 확인하는 방법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침수차 사기꾼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안전벨트, 악취, 오물로는 어쩌다 어설픈 사기꾼이 내놓는 침수차만 골라낼 수 있을 뿐이죠.
악덕 딜러들은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침수차 구별법을 악용합니다. 침수차를 매입한 뒤 바로 팔지 않고 세척과 정비 작업을 거쳐 침수 흔적을 말끔히 없앱니다.
“냄새나 오물이 없다” “시트 아래에 곰팡이나 얼룩이 없다” “안전벨트가 교체되지 않았고 말끔하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입니다.
‘선무당 침수차 구별법’ 때문에 오히려 사기꾼에게 당합니다. 침수된 지 1년이 넘은 차량들은 사실상 흔적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침수차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구매자가 다시 중고차로 내놓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정밀 점검 없이는 침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선 중고차를 살 때는 ‘싸고 좋은 차는 없다’고 되새겨야 합니다. 헐값이나 싼값을 미끼로 소비자들 유혹한 뒤 침수차를 강매하거나 다른 차를 비싸게 판매하는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 확인은 필수입니다. 침수로 수리 또는 전손 처리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단, 자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침수차를 좋은 값에 매입한다고 광고를 몰린 업체들도 자차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은 차들을 선호했죠.
카히스토리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홈페이지를 통해 정비 및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도 파악해야 합니다.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도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적어둡니다. 판매자가 “나도 몰랐다”며 발뺌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입니다.
신차 품질에 버금가는 차를 안전하게 사고 싶다면 자동차 회사가 품질을 보증해주는 인증 중고차를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인증 중고차는 상태가 좋고 연식도 짧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브랜드 명성이 걸려있기에 보상도 잘 해줍니다.
명품 중고차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신 가격이 비싸고 물량도 적다는 한계가 있죠.
현재 인증 중고차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렉서스 등 수입차 브랜드는 물론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 브랜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증 중고차 대안으로 보상 체계가 잘 갖춰진 중고차 기업이 품질보증한 중고차를 사거나, 전문가가 함께 따라가 차량 상태를 알려주는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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