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건강하던 옆집 아빠가 쓰러졌대요”…더위 안타는 당신도 훅 가게하는 ‘폭염’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6. 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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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고된 온열질환자 수
전년 동기대비 33% 늘어
60대이상 비중 가장 높아
낮시간대 야외활동 자제하고
불가피할 시 모자·헐렁한옷 착용

이달 둘째주부터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보다 일주일 빠른 기록이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이상인 경우를 뜻하는데, 이러한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다. 만약 최고기온이 35℃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폭염주의보의 확산은 온열질환자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19일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6월 9일까지 총 72명의 온열질환자가 응급실감시체계에 신고됐다. 전년 동기(54명) 대비 33% 늘어난 수치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누구나 불쾌감, 권태감, 집중력 저하 등을 겪는다. 문제는 가벼운 증상을 넘어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근육경련, 열실신, 의식변화 등을 겪을 때다. 이러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통풍이 잘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이 명료하거나 물음에 올바르게 대답할 정도의 상태라면 차가운 물을 마시고 입은 옷은 벗은 뒤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휴식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경련이나 실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추가로 발생하면 바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단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폭염 시에는 갈증을 느끼기 이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폭염 대처방안을 가장 자세히 숙지해야 하는 사람은 노년층이다. 김덕호 노원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생명의 위독함이 비교적 적은 열경련, 열실신, 열탈진 등에 잘 걸리는 반면 노인들은 신경학적 증상과 고열을 동반한 열사병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의 대다수가 실외 작업장이나 논밭 등에서 일하다가 온열질환을 앓곤 한다”며 “햇볕이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신고된 온열질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26.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대부분 실외(88.9%)였다. 특히 운동장(22.2%), 논밭(20.8%) 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챙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하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과음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더위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는 열탈진과 열사병이 있다. 열탈진은 고온에 노출돼 신체 온도가 37~40도로 상승하면서 탈수현상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흔히 쓰이는 ‘더위 먹었다’는 표현이 열탈진을 가리킨다. 주요 증상은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이다. 심박동이 빨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열사병은 열탈진보다 더 위험하다. 평소 과도한 고온 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격한 운동을 할 경우 열 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주요 증상은 40도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경련 등이다.

또 다른 온열질환으로는 열발진, 열부종, 열실신, 열경련 등이 있다. 열발진은 땀샘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소위 땀띠라 불린다. 열부종은 특히 발과 발목이 붓는 것을 가리킨다. 열실신은 말초혈관의 확장 등으로 체위성 저혈압이 심해질 경우 나타난다. 열경련은 땀 배출로 염분 소실이 과도하게 생겨 근육의 경련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특히 폭염에 취약한 이유로 다수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김 교수는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동반질환은 폭염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교란시킨다”며 “대표적인 것이 총 체액량의 변화인데 이는 쉽게 말해 나이가 들수록 몸 속 체액량이 줄어 고온에 노출됐을 시 탈수와 전해질 이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노년층이 겪는 대표적인 동반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열을 쉽게 발산할 수 없다. 당뇨나 말초혈관성 질환도 피하 혈류를 방해하고 점막의 탄력성을 저하시켜 내부 열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질병청 관계자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위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무더위에는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주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설하는 기관인데, 신장질환자의 경우 물을 많이 마셔 혈액량이 많아지면 신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의사와 상담 후 적정 수분 섭취량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지는 것도 노년층의 큰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뇌로 전달된 신호를 조절하는 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호르몬 생성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은 탈수 상태가 되면 항이뇨호르몬을 분비해 신장에 수분 배출을 줄이라고 명령한다”며 “탈수로 인해 전해질 불균형이 초래된 경우에는 알도스테론 호르몬을 분비해 신체의 물과 소금을 보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는 증가된 항이뇨호르몬과 알도스테론 호르몬을 감지해 뇌에 갈증을 느끼도록 신호를 전달하는데 당뇨병, 심장질환,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 이러한 매커니즘이 방해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폭염이 온열질환을 일으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노년층의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폭염으로 외부활동이 저하되면 근손실에 따른 거동 장애나 식욕 부진으로 인한 영양 결핍 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뿐 아니라 보호자 역시 폭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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