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표 국민제안’ 방문자, ‘문재인 국민청원’의 0.7% 수준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온라인 소통창구 ‘국민제안’이 23일 도입 2주년을 맞았다. 국민제안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2000여명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의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편향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국민청원을 폐지했지만 여론 자체가 모이지 않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민제안이 신설된 2022년 6월23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약 2년(23개월) 동안의 통계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국민제안 누적 방문자 수는 182만3593명으로 하루 평균 2182명이었다. 총 게시글 수는 12만8013건으로 하루 평균 180건꼴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총 집계 기간 4년7개월 동안 총 방문자 수가 5억1600만명(23개월 기준 2억1578만명),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31만명이었다. 하루 평균 게시글 수는 670건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제안으로 바뀐 뒤 하루 평균 방문자 수 99.3%, 게시글 73.1%가 줄었다.
국민청원과 국민제안은 언론 보도 건수에서 차이가 컸다. 국내 최대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 기준으로 국민제안 키워드는 지난 22일까지 보도량이 월 평균 76건인 반면 국민청원은 운영 기간 월 평균 131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청원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청원이 운영될 당시에는 ‘국민청원 받아쓰기’를 하지 말자는 언론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국민청원과 국민제안은 참여자 연령대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2023년 12월 게시된 ‘국민제안 보고서 제4호’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국민제안 신청인은 50대(28.3%), 20대 이하(25.0%), 60대(19.6%) 순이다. 1분기 대비 50대 참여율은 약 7.4%포인트(20.9% → 28.3%) 상승해 시스템 개통 이래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반면 국민청원 방문자는 2년차 기준 연령대별로 18~24세(29.3%), 25~34세(26.1%), 35~44세(20.4%) 순이었다. 18세부터 44세 방문자가 전체 방문자의 75.8%를 차지했다.
운영 방식 차이 때문에 답변 완료 비율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안건에 공식 답변을 하지만, 국민제안은 소관 부처에서 유효한 질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 국민제안은 누적 접수 13만4904건(복수 소관기관 접수 포함) 중 12만7573건을 답변 처리해 답변 처리율이 94.6%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는 접수된 게시글 중 정책화 가능한 과제 60건을 선정해 22건을 이행 완료했다. 국민청원은 20만명 동의를 넘긴 청원 285건 중 284건을 답변해 답변 완료율이 99.6%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만명 동의를 받지 못한 청원에 대해 두차례 특별답변을 했다.
국민청원은 젠더 이슈를 공론화하는 기능과 함께 허위사실이나 혐오표현이 확산하는 역기능도 있었다. 청원 동의 수가 많은 범죄·사건 피해 호소 중에는 성범죄 23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 19건 등이 포함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9년 6월 국민청원 2년차를 맞아 분석한 결과 20만 이상 동의를 받아 청와대 답변이 이뤄진 청원 10건 중 4건이 젠더 이슈였다고 밝혔다. 청와대측 역시 국민청원 운영을 종료하며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청원이 범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수립, 관련 입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8년 올라온 난민 관련 청원에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 신청자들이 ‘가짜난민’이라는 등의 허위 내용이 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역기능을 보완하고 여론이 편향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며 국민청원을 폐지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국민청원의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여론이 특정 지지층에게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2022년 6월23일 국민제안을 신설하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대국민 소통 창구”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운용 경과를 투명하게 보고하겠다며 2023년 1월부터 분기별 보고서를 올렸지만 지난해 12월20일 2분기 보고서를 올린 이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실명제 운영방식, 지지층 축소 등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국민제안의 공론장으로서 기능은 이제 거의 무력화됐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 특징 중 하나가 직접 민주주의적인 요소가 많이 도입돼 인기영합주의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참여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면에서는 다소 퇴행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제안 개설 2년을 맞아 보도자료를 내고 “2년간 13만4000여건의 제안과 4만3000여 건의 서신이 접수될 정도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높았다”며 “5월 말 기준 94.6%에 대해 답변과 조치가 이뤄졌다. (답변과 조치가) 하루 평균 250여 건에 달할 정도로 활발히 소통했다”고 밝혔다. 어린이 보호구역 등 도시 속도제한 탄력적 운영, 한부모 가족 자녀 양육지원비 고등학교 재학 중 중단 없는 지원 등 정책화 과제도 소개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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