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꼭 필요"…현실화 가능성은?[생존위기 소상공인②]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두고 '설왕설래'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최저임금'은 매년 이 시기만 되면 논쟁의 주제가 된다. 조금이라도 액수를 올리려는 노동계와 최소한 동결을 외치는 경영계의 첨예한 대립은 올해도 예외없이 전개 중이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최저임금 논의에선 노동계가 아닌 경영계와 뜻을 같이 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전국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 무려 98.5%의 소상공인들이 2025년도 최저임금의 인하(64.9%) 또는 동결(33.6%)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주장의 근거는 명확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인건비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사업체 월평균 매출액은 2022년 1190.3만원, 2023년 1232.5만원, 2024년 1223.6만원으로 연평균 0.9% 성장에 그친 반면, 평균 인건비는 2022년 276.9만원, 2023년 292.7만원, 2024년은 295.5원으로 연평균 2.2%씩 오르는 추세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상황은 '비슷하다'(51.7%)와 '악화됐다'(29.4%)가 '호전됐다'(18.9%)를 크게 앞섰다.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는 최저임금 상승이 89점(100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좀 더 나은 대우를 원하는 노동계가 '을'이라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을'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을대을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일 지속되는 고물가 행진과 불경기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겐 인건비는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소상공인 83%는 현재 최저임금 지불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부담이 없는 편이라는 소상공인은 2.0%에 그쳤다.
지방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성수씨는 "휴무없는 24시간 운영업이다보니 인건비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쉬는 날 없이 계속 근무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더 이상은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영업자 역시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종별 차등화의 도입 여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둘러싼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소상공인들은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 명시된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도입 첫 해인 1988년 시행됐다가 기준 설정의 어려움과 노사 간 갈등 등으로 이듬해부터 자취를 감췄다.
유기준 소진공 회장 직무대행은 "특별한 기술이나 유관 경력이 없는 저숙련 초년생들도 낮은 허들로 쉽게 진입할 수 있고, 노동생산성도 낮은 편의점, 커피숍, PC방 등의 업종에서 구분적용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며 "근로자에게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낮춰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업종별 구분적용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주는 "소상공인은 5인 이하인데 어떻게 삼성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나. 우리가 대기업인가. 정부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이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차등적용이 현실화 될 경우 같은 업종 내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악용할 여지도 존재한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혹시라도 현재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업종별 차별적용을 밀어붙인다면 위원 사퇴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매년 최임위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사용자와 근로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이 표결로 금액을 도출하는 구조다. 올해 심의 시한은 6월27일이다. 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5일 최저임금을 고시할 계획이다.
물론 이는 법정 시한일 뿐 반드시 이대로 진행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은 적은 9차례 뿐이다. 첫 1만원 돌파에 차등적용이라는 이슈까지 더해진 올해 역시 법정 시한을 못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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