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서 마음껏" 임창정의 색달랐던 도전 '십삼월'[김현식의 서랍 속 CD]

김현식 2024. 6.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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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가수 임창정이 2019년 9월 발매한 정규 15집 ‘십삼월’입니다. 임창정이 앨범 발매 당시 임창정과 라운드 인터뷰로 만났을 때 받은 CD입니다.

‘십삼월’은 신곡 13곡을 눌러담아 완성한 앨범이었습니다. 임창정이 절반 이상의 수록곡에 직접 작사, 작곡자로 참여해 송라이팅 능력을 뽐내며 자신만의 감성을 녹여냈죠.

앨범 발매 당시 임창정은 5년 연속으로 가을에 앨범 단위 신보를 내는 꾸준한 행보를 이어온 점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인터뷰 당시 임창정은 “발라드는 가을의 문턱에 나와야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런 패턴이 생긴 것 같다”면서 “스스로 재미있어서 하늘 일이기에 작업 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힘들다는 느낌을 받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임창정이 신곡 13곡의 제목에 모두 ‘월’(月)을 붙였다는 점도 주목 포인트였습니다. 임창정의 정규 15집인 ‘십삼월’은 1번 트랙 ‘일월’(All my life)로 시작해 ‘이월’(Love letter), ‘삼월’(Dear you), ‘사월’(Empty), ‘오월’(May be), ‘유월’(Stranger), ‘칠월’(Last summer), ‘팔월’(Moon blue), ‘구월’(September song), ‘시월’(Mistakes), ‘십일월’(Again) ‘십이월’(Happy ending)을 거쳐 타이틀곡이자 13번 트랙인 ‘십삼월’(Never ending)로 끝을 맺는 색다른 구성이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앨범 구성의 이유를 묻자 임창정은 “‘심삼월’을 가장 먼저 만든 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라 존재하지 않는 달인 ‘십삼월’이란 제목을 붙였고, 그 이후에 마침 12곡이 추가로 나와서 각 월을 제목으로 내건 앨범을 만들어봤던 것”이라는 뒷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러면서 임창정은 “영어 부제는 넣었지만 한글 부제는 굳이 넣지 않았다”면서 “각 곡이 그 달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죠.

타이틀곡 또한 색달랐습니다.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완성했다는 타이틀곡 ‘십삼월’은 자신의 사랑을 모르는 여자를 한 결 같이 바라보는 남자의 회한과 슬픔을 주제로 다룬 곡인데요. 기존 임창정표 발라드와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 세련된 브리티시 팝 감성을 가미한 발라드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이목을 끈 지점이었죠. 임창정은 “이전 곡들처럼 ‘빡!’ 하고 내지르는 게 없다”고 짚으면서 “다소 밋밋하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 노래방에서 마음껏 실력을 뽐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만들어봤다”고 의도를 밝혔습니다.

임창정은 수록곡 중 9번 트랙인 ‘구 월’을 앨범 발매 직전까지 ‘심삽월’과 타이틀곡 경쟁을 벌인 곡이라는 얘기도 들려줬는데요. 그는 “제가 타이틀곡으로 염두에 두었던 곡은 ‘구월’이었는데 회사 자체 투표에서 ‘십삼월’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밝힌 뒤 “전 사실 지금도 ‘구월’이 흥얼 거려진다”는 말로 해당 곡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전작인 14집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15집 수록곡들에 대한 차트 성적 기대감이 높았는데요. 타이틀곡을 기존 히트곡들과 다른 결의 곡으로 내세운 점과 월별 제목을 내세운 이색적인 구성에 대한 낯섦 탓인지 15집에선 이렇다 할 히트곡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비록 차트 성적은 아쉬웠지만 15집엔 팬들 사이에선 ‘숨은 명곡’으로 꼽히는 곡들이 꽤 있는데요. 타이틀곡 ‘십삼월’과 타이틀곡 유력 후보였던 ‘구월’을 비롯해 이별 후 시간이 꽤 흐른 뒤의 감정을 풀어낸 담백한 노랫말과 멜로디로 잔잔한 뭉클함을 자아내는 ‘일월’, 임창정의 스테디셀러 히트곡 ‘결혼해줘’를 떠오르게 하는 사랑 고백 발라드 ‘이월’ 등이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발라드 열풍인 상황에서 컴백하게 되어 잘 되려나 싶기도 하지만 순위에 연연할 생각은 없어요. 높은 자리에 있다가 내려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도 없고요. 등산하는 사람이 계속 정상에만 있나요? 빨리 내려가서 저녁 먹어야지. 하하.”

임창정이 15집 발매 인터뷰 말미에 꺼냈던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임창정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폭락 사태에 연루돼 주가 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꽤 긴 시간 동안 음악 활동을 펼치지 못한 상태인데요. 최근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고 장문의 SNS 글로 심경을 전하며 재차 사과한 임창정이 언제쯤 다시 음악 활동의 기지개를 켜고 ‘발라더 임창정’으로 팬들 곁을 찾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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