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때만 '일당 30만원' 주고 썼는데…"퇴직금 달라" 황당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2024. 6. 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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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업체 사장, 일당 30만원 주고 종종 일용직 고용
어떤 달은 1일, 어떤 달은 20일 불러 '들쭉날쭉'
대법원 "1주 15시간 이상 일했다면 퇴직금 지급"
"퇴직 전 일 확 줄었다면, 1년 기준으로 평균임금 계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손이 부족할 때나 일이 들쭉날쭉한 경우 일시적으로 일용직 근로자를 쓰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일부 사업주들은 일용직은 당일 근로계약이 종료하고 상시·계속 고용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안이하게 생각할 경우가 있다.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부담을 덜 수 있다 보니 높은 일당을 책정해 일용직을 쓰는 사업장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일용직 근로자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보고 있어 사업주들의 주의를 요한다. 

 ○"1주 15시간 넘겼다면 퇴직금 줘야"

대법원은 지난 3월 일용직 근로자 B가 지붕공사업체 사장 A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상고 기각 판결하고 B의 손을 들어줬다(2023다302579).

지붕공사업체 사장 A는 2020년 2월부터 일손이 딸릴 때면 일용직 근로자 B를 공사 현장에 불러 일당을 주고 근무시켰다.

A가 B에 일을 주는 날은 들쭉날쭉했다. 한 달에 하루만 일을 시킬 때도 있었고 바쁜 달에는 20일까지 일을 줬다. 이후 2021년 9월까지 약 1년 7개월 동안 B는 한 달 평균 11일 정도 A의 현장에서 일했다.

B의 일당은 2020년 29만원, 2021년에는 2만원 오른 31만원이었다.

그런데 A가 B를 더 이상 부르지 않게 되자 B는 A에 퇴직금을 요구했다. A가 이를 거절하자 B는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A를 형사 고소하고 민사 소송을 별도로 제기한 것.

재판 과정에서 A는 "일용직 근로자는 퇴직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식상으로는 비록 일용직이라고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돼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라며 "근로자가 반드시 월평균 25일 이상 근무해야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근로자의 상근성·계속성·종속성은 최소한 1개월에 4, 5일 내지 15일 정도 계속 근무했다면 충족한다"라는 기존 대법원판결을 근거로 "(전체기간에) B의 근무 일수는 1개월 기준 최소 11일 이상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1주 15시간 이상 일한 달만 퇴직금 계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법원은 "2020년 2월, 11월, 12월, 2021년 7~9월은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으로 B는 단시간 근로자"라며 "퇴직급여 산정의 계속 근로 연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B가 A의 사업장에서 일한 총기간은 1년 7개월이었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계속근로연수'는 14개월로 인정했다.

종합하면 퇴직금은 고용 형태(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등)와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단시간근로자(1주 15시간 이하 근로자)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며, B처럼 월별로 근로 시간이 들쭉날쭉하다면 1주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달이 1년을 넘는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퇴직 직전 근로 일수 확 줄었다면?

재판에선 구체적인 퇴직금액 계산도 문제가 됐다. B가 퇴사하기 직전 달의 근로일수가 각각 3일, 5일, 1일에 불과해 평균 11일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계산 결과 퇴사 직전 3개월 동안의 평균임금은 7만4355 원이었다. 하지만 1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1만4312원으로 금액이 크게 달랐다.

퇴직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평균임금이란 퇴직한 날로부터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퇴직금은 근속기간 1년에 대해 평균임금 30일 치 꼴로 비례해서 지급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근로자 퇴직 즈음해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됐다면, 이를 기초로 퇴직금을 계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퇴사하기 직전 1년 동안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일감이 들쭉날쭉했고 퇴직 직전 일감이 확 줄어 퇴직금 계산이 불리해진다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균임금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복잡한 법리 탓에 법원마저도 일용직 근로자의 퇴직금 체불에 관한 형사 사건에서 '고의성이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보인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일용직 근로자에게 퇴직금 3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에 대해 일용직의 근로일수가 불규칙하고 계산법이 복잡한 점, 근로자가 해당 현장에만 전속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사용자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며 "일용직 근로자의 근태 관리를 평소 정확하게 해놓아야 형사처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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