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취업이지만 ‘하고 싶은 일’ 없어 “그냥 쉰다”는 청년, 또 ‘40만’, “역대 2번째 기록”
정부 대책 불구.. 증가세, 개선 기대감 “글쎄”
“상용직 등 양질 일자리 줄어”.. 구직 의욕↓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아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9개월 만에 재차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노동시장 유입 대책이 무색하게 ‘그냥 쉬는’ 청년은 크게 줄지 않아 40만 명 선을 기록했습니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원하는 일자리를 못 찾는 탓에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한 ‘구직 단념’ 청년층도 재차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더해,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트렌드 역시도 이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쉬었음’ 으로 분류되는 청년층(15∼29살)은 1년 전보다 1만 3,000명 늘어난 39만 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쉬었음’은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을 말합니다.
이처럼 지난달 ‘쉬었음’ 청년은 5월 기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2020년(46만 2,000명)에 이어 두 번째 많았습니다. 전체 청년인구 중 ‘쉬었음’ 청년 비중도 1년 만에 4.6%에서 4.9%로 늘었습니다. 청년 인구 감소세 속에 ‘그냥 쉰’ 청년이 늘어난 때문입니다.
‘쉬었음’ 청년은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던게 감소 폭은 올해 들어 1월 5만 6,000명을 정점으로 3월 5,000명, 4월 1만 4,000명으로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다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쉬었음’ 인구 가운데 청년들은 구직 의욕이 높고 직장 경험도 있는 이직자가 많지만, 적성 불일치나 ‘쉬었음’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구직 의욕이 낮아진 경우도 상당수로 고용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감소세를 보이던 ‘구직 단념’ 청년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됩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하길 원하고, 또 취업할 수 있었음에도 임금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을 말합니다.
올해 1∼5월 월평균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12만 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 8,525명)보다 1만 1,000여 명 늘었습니다. 전체 구직단념자(38만 7,000명) 가운데 청년층 비중은 31.1%로 3명 중 1명이 구직단념자로 나타났습니다.
청년층 구직단념자도 1∼5월 기준으로 2022년 13만 6,808명을 기록한 뒤 지난해 3만 명 줄었던게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이같은 청년 고용시장의 활력 저하는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고착화하는 양상마저 보이는 실정입니다.
2010년 27만 4,000명 수준이었던 ‘쉬었음’ 청년은 2020년 64% 늘며 44만 8,000명까지 증가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22년 39만 명까지 줄었던게 지난해 40만 1,000명을 기록하며 다시 40만 명을 웃돌았습니다.
청년 인구 감소세에도 ‘쉬었음’ 청년은 올해 들어 4월까지 40만∼44만 3,000명을 오르내리면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상황들이 작용했습니다. 정부 정책엔 청년 인턴 확충이나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 지원, 상담 지원 대책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 일방적으로 취업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은 취업시장 진출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수출 중심 경기 회복세에, 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에도 고용 유발 효과가 낮아 양질 일자리 증가세 역시도 미미하다는 평가까지 더햊ㅂ니다.
실제 지난 5월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235만 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 5,000명 줄어, 마이크로데이터가 작성된 2014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5월(-1만 명)에 이어 2년째 줄어드는 추세에, 낙폭도 크게 확대됐을 정도입니다.
더불어 대기업시장의 경력직 채용 확대 기조 역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다만 정부 대책에 불구하고 최근 쉬었음·구직단념 청년이 증가하는 데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고용 개선에 대한 기저효과와 지난달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관련해 고용당국은 청년 고용률·실업률의 절대 수준 자체는 아직까진 좋은 상태로,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봐야 정확한 추이가 나올 것이란 시각을 내놓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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