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암치료 효율 획기적으로 높일 '레이저 치료기술' 개발
레이저란?
흔히 '레이저'라고 하면 어릴 때 본 만화영화 '로버트 태권 V'같은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이 발사하는 레이저를 연상하게 되는데요,
레이저(Laser)는 '유도방출광선증폭'(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를 딴 말입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는 자신이 자연 방출하는 빛과 똑같은 파장의 빛에 부딪히면 빛을 방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원통 안에 좌우에서 서로 마주 보는 거울을 놓고, 그 사이에 레이저를 만들어 낼 물질, 즉 매질을 놓은 상태에서 매질에 자극을 주면 자연 방출과 유도 방출이 일어납니다.
자연 방출이든 유도 방출이든 처음에는 제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서 일어나지만, 좌우의 거울에 수직으로 닿는 빛은 반사되어 거울 사이를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유도 방출을 되풀이합니다.
이때 한쪽 거울에 작은 구멍을 통해 원통 내부를 왕복하던 빛의 일부분이 밖으로 방출되는데 이를 '레이저'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돋보기를 이용해 햇빛을 모아 종이 위에 초점을 맞추면 종이를 태우게 되는 실험을 해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레이저는 태양빛에 비해 단위 면적당 에너지가 훨씬 큰 데, 태양빛은 1/1000mm 크기에 집광시키는 것이 어렵지만 레이저는 가능합니다.
1mW라면 꼬마전구를 하나 켜기도 어려운 에너지이지만, 1mW 출력의 레이저라면 단위 면적당 에너지는 태양빛의 100만 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가 되기 때문에 에너지는 큰 집중을 일으키고 종이를 태우는 것을 넘어 사람도 살상할 수 있을 정돕니다.
레이저의 활용
이런 특성을 활용해 레이저는 기구 절삭 같은 공업용 또는 피부의 점을 빼는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되는데요,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의료용 레이저의 활용도를 한층 발전시킨 기술에 대한 것입니다.
레이저는 에너지 응축성이 높기 때문에 빛의 직진성을 장기간, 장거리에 걸쳐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공기 중이거나 진공의 상태에서 그렇고 물질을 통과할 때는 직진성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 아래의 암조직을 치료할 때 레이저를 이용하는 일이 많은데, 이는 공기 중에서는 직진하던 레이저가 사람의 인체 안으로 들어가면서 몸속 수분 등과 만나면 직진성을 잃고 산란하게 됩니다.
암조직은 온도에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레이저로 암조직에 빛을 쏘아서 온도를 올려서 암조직을 줄이거나 소멸시키는데, 레이저가 산란해 버리면 빛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암조직에 전달되는 에너지도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보통 섭씨 60도 이상의 온도를 암조직에 전달하고자 하는데, 레이저 산란으로 인해 암조직에는 40도 정도의 열이 전달되는 거죠.
이 상태에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의 출력을 높이면 암조직뿐 아니라 암조직 주변의 세포들도 60도 이상의 열이 전달되면서 화상 또는 괴사 등의 피해가 발생합니다
초음파를 이용한 기포 생성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의 전기전자컴퓨터 공학과 장진호 교수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인체 내부에 기포 즉, 공기방울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초음파를 피부에 쏘면 피부 아래 인체 내부에 파장이 생기면서 내부 압력이 변하게 됩니다.
고압과 저압이 반복되면서 인체에는 공기 방울이 생기게 되는데요, 연구팀은 이 기술을 '초음파 조직 투명화'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 기술은 2022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개제됐고 국내에서 개발된 원천 기술로 특허도 받았습니다.
연구팀은 공기 중에서 레이저가 직진하는 성질을 이용해, 초음파를 쏴서 인체에 공기 방울을 만든 다음, 다시 레이저를 쏘면 레이저 산란 현상을 줄여 목표한 대상, 즉 암조직에 레이저의 열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암에 걸린 실험 쥐 16마리를 4마리씩 구분한 뒤각기 다른 조건을 주어 레이저 치료를 한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초음파와 레이저를 같이 적용한 치료를 받은 실험쥐의 경우, 8일 만에 암조직이 소멸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SCI 상위 10%에 해당하는 국제 저널에 실렸습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진우 공동 연구자는 "내시경에 적용을 해서 (인체)내부에 있는 위암이나 다양한 암들의 (치료에) 깊이에 대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저희 기술을 사용하면 더 깊은 곳까지 치료가 가능해서 위암이나 (암 조직이)큰 암들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치료에 적용 가능성이 매우 넓다고 했습니다.
원천 기술 자체를 개발한 상태에서 이어진 실험 결과가 성공한만큼 연구팀은 이제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전기전자컴퓨터 공학과 장진호 교수는 "기존보다 영상에서는 6배 이상 깊이, 치료에서는 거의 10배 가까이 치료 깊이가 증가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응용 분야 확대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보고 있고요, 향후는 저희들이 초음파 조직 투명화 기술이라는게 국내에서 개발한 원천 기술이거든요. 이걸 이용해서 실제 상용화하는 연구개발을 할거고요." 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기술 이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연구팀은 원천 기술 이전을 통한 상용화에 나섰습니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아이디어와 이를 증명하기 위한 수십, 수백 번의 도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곧장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훌륭한 R&D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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