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 다시 증가세…역대 두 번째로 많아

김경태 2024. 6.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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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도 최근 '쉬었음·구직단념' 청년 증가
전문가 "상용직 등 양질 일자리 감소→청년 구직의욕 반감"
어깨 내려간 청년/사진=연합뉴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쉬었다'는 청년이 9개월 만에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쉬는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 대책에도 '그냥 쉬는' 청년은 줄지 않고 여전히 40만 명 선을 맴도는 모습입니다. 또 취업을 희망하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못 찾을 것 같아 취업을 접은 '구직 단념' 청년도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입니다.

오늘(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1년 전보다 1만 3,000명 늘어난 39만 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쉬었음'은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을 가리킵니다.

지난달 '쉬었음' 청년은 5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2020년(46만 2,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전체 청년인구에서 '쉬었음'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만에 4.6%에서 4.9%로 증가했습니다. 청년 인구가 줄었음에도 '그냥 쉰' 청년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쉬었음' 청년은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감소 폭은 올해 1월 5만 6,000명을 정점으로 3월 5,000명, 4월 1만 4,000명으로 축소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결국 지난달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쉬었음' 인구 중 청년들은 구직 의욕이 높고 직장 경험도 있는 이직자들이 많지만, 적성 불일치 또는 '쉬었음' 기간 장기화 등으로 구직 의욕이 낮은 경우도 상당수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입니다.

지난해 줄어든 '구직 단념' 청년이 올해 다시 증가세인 점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임금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입니다.

올해 1∼5월 월평균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12만 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 8,525명)보다 약 1만 1,000여 명 늘었습니다. 전체 구직단념자(38만 7,000명)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입니다.

청년층 구직단념자도 1∼5월 기준으로 2022년 13만 6,808명을 기록한 뒤 지난해 약 3만 명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났습니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현황/사진=연합뉴스

청년 고용시장의 활력 저하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고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2010년 27만 4,000명 수준이었던 '쉬었음' 청년은 2020년 64% 늘며 44만 8,000명까지 증가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22년(39만 명)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0만 1,000명을 기록하며 다시 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청년 인구 감소세에도 '쉬었음' 청년은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40만∼44만 3,000명을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에는 청년 인턴 확충,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 지원, '쉬었음' 청년 집단·심리 상담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취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수출 중심 경기 회복세에도 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탓에 양질 일자리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청년층 상용직은 1년 전보다 19만 5,000명 급감하며 마이크로데이터가 작성된 2014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작년 5월(-1만 명)에 이어 2년째 줄었고, 낙폭도 크게 확대됐습니다.

확산하는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기조도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팬데믹 이후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영향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다"라며 "이런 상황이 상용직 취업자 감소, 청년들의 구직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정부 대책에도 최근 쉬었음·구직단념 청년이 증가하는 데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고용 개선에 대한 기저효과, 지난달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 고용률·실업률의 절대 수준 자체는 여전히 좋은 편"이라며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봐야 정확한 추이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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