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이익 추구' 회계법인, 도덕적 해이 논란[도전받는 회계제도②]
법인 자금 유용에 사익추구 등
금감원 "원펌 체제 갖춰라"…업계 "현실적 어려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전에 직면한 건 단순히 기업들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감사 품질 관리 미흡, '을'에서 '갑'이 된 회계업권의 횡포, 회계사들의 부정·비리 등 업계에서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외감법 도입과 함께 추진됐어야 할 회계법인들의 경영 체제 개선이 매우 미흡한 수준이란 지적이 크다. 회계법인들이 자체적으로 감사 품질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서 각종 사익추구 등 비리 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외감법 특수 본 등록 회계법인 41곳…품질관리는 '글쎄'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부분은 이들이 인사·자금·회계 등에 대한 통합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지, 감사 품질에 대응하는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또 비감사용역 제공 등 관련 독립성 준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등이다.
이들이 상장사를 감사할 자격이 되는지, 즉 '등록 요건'을 보기 위해서다. 신외감법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정된 등록 회계법인만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게 제도화하고 있다. 현재 등록 회계법인 수는 4대 대형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을 포함해 41곳이다.
즉 비상장사에 비해 회계 투명성도 높고 평균적인 기업 사이즈도 큰 기업들에 대한 감사 기회를 41개 등록 회계법인들이 모두 차지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론상 이들 중 3분의1은 주기적 지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 높은 감사 보수를 받을 수까지 있다.
하지만 주어진 특혜에 비해 이들 회계법인들의 투명성 점수는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감원이 감사에 나간 12개 중소형 회계법인 중 10곳에서 다수의 부당거래 혐의가 적발됐다. 배우자·자녀·부모 등 가족을 고용해 허위 급여를 지급한 사례, 페이퍼컴퍼니에 허위 용역을 제공한 사례 등이 무더기 발견됐다. 소속 회계사의 대부업 영위, 퇴직 회계사에 알선 수수료 지급 등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
내부적으로 자금, 인사, 회계 등이 실효성 있게 통합 관리되고 있지 않아서 생긴 문제들이다.
이들 중 아직 퇴출된 곳은 한곳도 없었지만 금감원은 회계법인 품질 관리 제고를 위해 점검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는 12곳, 내년엔 남은 13개 중소형 법인에 대해서도 감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사 품질 관리 필수…원펌 구축하라"
신외감법 도입 당시 2017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유의동 당시 소위원장은 "감사인 지정제라는 게 사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특단의 대책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실효가 분명하게 나타나려면 감사품질이 국민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효과가 나올 때 의미가 있는 것. 감독당국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김용범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상장법인을 감사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 아닌 곳의 가장 큰 차이, 등록제 요건 중 핵심으로 보려는 것은 통합 관리"라며 "독립채산제에선 품질관리에 대한 시스템도, 독립성도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국의 시각에 아직 업계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은 이상적인 통합 관리 체제와 거리가 먼 상황이다.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소위 '빅(big) 4' 외 대부분의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일반적인 회사들과는 다른 경영 관리 제도를 갖고 있다. 바로 독립채산제다.
개별 공인회계사들이 각자 자기 수지에 따라 단독으로 영업도 하고 감사도 진행, 이에 따른 수익도 월급제 방식이 아닌 각자 챙겨가는 방식이다. 오너나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원펌(one firm)' 체제로 운영되는것이 아니라 각 회계사들이 독립적인 경영 단위로 활동하는 것이다.
중형 회계법인 중 거의 유일하게 인사·품질·조직·자금 등을 통합 관리하는 원펌 경영을 시도 중인 PKF서현회계법인의 배홍기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품질 최우선 경영 등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드문 일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도 원펌 경영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동안 현행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개별 독립성이 강한 회계사들 특성 탓에 원펌이 유지되기 어려우며, 독립채산제가 아니면 고급 인력을 모셔오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 목표는 감사 품질의 제고이지 인사, 노무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지나친 경영지도는 아니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당국과) 대화를 통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출마사를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이 지난주 역대 처음으로 빅4를 제외한 중소형 회계법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것도 이 같은 시각차를 풀어보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중소형 회계법인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해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회계법인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하는 회계사들이 상장법인 감사업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면서 "회계법인의 자금·인사, 성과급 지급 등 통합 관리 체계가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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