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알리보다 훨씬 비싸죠?" 해외직구 불편한 질문들 [視리즈]
셀러의 문제 구조의 문제➊
정부 해외직구 규제책 ‘시끌’
국내 셀러들에게 쏟아진 비판
셀러들은 정말 폭리 취해왔나
관세·부가세 과세체계 따져봐야
나날이 오르는 쇼핑몰 판매수수료
쇼핑몰 거래비용 투명화 필요해
# '쿠팡의 승리'로 정리되는 것 같았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복병이 등장했다.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다. 이들 직구 플랫폼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생산한 값싼 제품을 무기로 고물가에 허덕이는 국내 소비자를 휘어잡고 있다.
# 물론 유해물질 검출 논란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 직구 플랫폼을 얕잡아볼 수 없는 건 알리바바그룹과 핀둬둬拼多多라는 모기업을 등에 업고 마케팅 공세를 퍼붓고 있어서다.
# 안타까운 건 저렴한 중국 직구품이 밀려들자 한편에선 국내 셀러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셀러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에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해왔다는 거다.
# 그렇다면 정말 국내 셀러들은 폭리를 취해왔던 걸까. 이게 셀러의 문제일까 구조의 문제일까. 더스쿠프가 중국 플랫폼의 공세 속에 놓인 국내 셀러들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7114원에 판매하는 똑같은 휴대용 선풍기를 쿠팡에선 2만9400원에 판매하는데 어떻게 알리익스프레스를 쓰지 않겠나." "중간에 유통마진을 얼마나 남기길래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지, 잘만 구매하면 중국 직구도 나쁘지 않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직구 플랫폼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해외직구 거래액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 거래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5조3240억원) 대비 26.9% 급증했다. 인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해외직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1조5065억원→1조6476억원) 늘었다. 이중 대부분은 중국발發 제품들이다. 해외직구 거래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0%으로 1년 전(40.5%)보다 16.5% 포인트 커졌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중국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가 숱해서다. 관세청이 지난 4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제품 252종을 조사한 결과, 15.0%(38종)에 달하는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유해물질이 나왔다. 개인이 사용할 목적의 직구품은 안전검사 의무가 면제되다 보니 유해물질 범벅인 제품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밀려든 거였다.
그러자 정부가 규제책을 들고 나섰다. 지난 5월 16일 국무조정실은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안전인증받지 않은 어린이제품·전기생활용품 34종 직구 금지, 위해성 확인된 화장품·위생용품·의약외품 등 국내 반입 차단, 의약품·의료기기 등 직구 금지 제품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먹고살기 힘든데, 저렴한 직구품 사는 것도 맘대로 못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나흘 만에 대통령실이 나서 사과하고, 직구 규제를 철회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날 선 비판이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판매자(셀러)들에게도 쏟아졌다는 점이다.
언급했듯 "그동안 국내 셀러들이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 과도한 마진을 붙여 판매해 왔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그렇다면 정말 국내 셀러들은 값싼 중국산 제품에 과도한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했을까.
이런 비판에 셀러들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셀러가 폭리를 취하기 힘든 구조라는 거다. 국내 온라인 플랫품에서 잡화 등을 판매하는 셀러 A씨는 "온라인 쇼핑의 경우,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 보니 셀러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셀러 간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 큰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셀러들은 왜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받는 걸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 폭리 논란➊ 다른 출발점 = 직구품과 국내 셀러 판매 제품 간 가격 차이가 나는 건 당연히 관세·부가세의 영향이 크다. 국내 셀러가 판매·유통을 목적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할 경우, 최소 8%(품목별로 상이)의 관세와 부가세(10%)를 부담해야 하고 품목별로 안전인증(KC)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직구 플랫폼을 통해 들여오는 직구품은 150달러(약 20만원)까지 관세·부가세가 면제되고, 상품 목록만 제출하면 별도의 안전인증 절차 없이 통관 절차가 끝난다. 아울러 중국 제조사들이 직구 플랫폼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박리다매 전략이 가능하다. 애초에 국내 셀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거다.
백운섭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회장은 "어린이용품·전기제품 등을 판매하는 국내 셀러는 품목별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인증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인증 심사에만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여기에 더해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직구 플랫폼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보니 국내 셀러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관세·부가세나 인증비용을 감안해도 중국 직구품과 국내 셀러들의 판매 제품 간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셀러들이 입점해 있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폭리 논란➋ 플랫폼 수수료 = 실제로 국내 온라인 플랫폼(온라인 쇼핑몰) 판매수수료는 나날이 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2023년 발표)' 조사 결과를 보자. TV홈쇼핑,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복합쇼핑몰, 온라인 플랫폼 등 6개 업태 중 2019년 대비 2022년 판매수수료(실질수수료)가 오른 건 온라인 플랫폼(9.0%→12.3%)이 유일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판매수수료가 12.3%로 TV홈쇼핑(27.0%), 백화점(19.1%), 대형마트(17.7%), 아울렛·복합쇼핑몰(12.9%) 보다 낮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커지는 영향력만큼 판매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은 짚어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광고비, 서버 이용료, 결제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지면 셀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일례로 쿠팡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할 경우, 카테고리별 판매수수료는 최대 10% 안팎이다. 하지만 쿠팡이 내세우는 강점인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셀러들이 이용하는 일종의 로켓배송인 쿠팡 '로켓그로스'가 대표적이다. 로켓그로스는 셀러가 쿠팡의 물류센터에 제품을 보내면 쿠팡이 입출고·배송·보관 등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할 경우 빠른 배송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입출고·배송·보관 등 비용을 모두 따로 부과하다 보니 셀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셀러 A씨는 "쿠팡에선 로켓그로스를 이용하지 않고선 사실상 판매가 어렵다"면서 "로켓그로스를 이용할 경우 매출액 대비 각종 비용 부담이 30%를 훌쩍 넘어서 팔아도 남는 게 없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셀러 B씨 역시 고민이 많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판매수수료는 3%대로 높지 않지만,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광고비를 집행해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B씨는 "결국 소비자의 눈에 띄는 곳에 상품을 노출해야 판매를 유도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광고비를 집행해야 한다"면서 "셀러 간 광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정작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 지금 짚어볼 문제 = 사실 이런 문제들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셀러들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직접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셀러들 중에서도 높은 플랫폼 수수료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관련 조사(2022년)를 실시한 결과,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및 광고비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72.4%에 달했다. 온라인 플랫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41.0%)' '표준계약서 통한 수수료율 사전 합의(31.0%)'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많아야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력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다.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에라도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를 다시 봐야 한다는 거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월 열린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유통제조업의 위기' 간담회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선 달라진 국내 유통산업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국내 유통시장이 플랫폼 위주로 재편하면서 중개수수료뿐만 아니라 광고료, 결제수수료, IT서비스 이용료 등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거래비용을 투명화하고 플랫폼 생태계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중국 직구 플랫폼이 불러온 국내 이커머스의 위기를 그저 '셀러' 탓으로 떠넘겨선 안 된다는 거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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