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우크라 무기 지원` 카드로 러 압박

김미경 2024. 6. 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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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에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레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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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러시아와 북한 밀착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카드를 고리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앞서 지난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상호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 실장은 당시 무기 지원 가능성을 두고 '살상 무기'와 '비살상 무기'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도 검토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장 실장은 방송에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무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이어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였다"며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우리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큰 실수'라고 경고한 것에는 "앞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며 "푸틴이 (북한과 맺은) 조약 내용을 저희한테 설명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한러 관계 악화 우려에는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경고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관계를 복원 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 러북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러북간 군사협력 문제는 이미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문제가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제적 문제가 됐다"며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정상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직후인 지난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장 실장은 "6·25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어떠한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의 대상임을 분명히 강조한다"면서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 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실장은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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