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때문에 손가락 대부분 절단했다”…동남아서 탄 버기카 악몽, 소송으로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4. 6. 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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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자 보호’ 자배법
“해외 등록 차량도 적용 대상”
해외여행 시 여행자보험 필수
“보험사고 발생 시 증빙 꼭 챙겨야”
[사진 제공 = 챗GPT]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많이 고민하고 계실 텐데요. 해외여행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투어를 신청해서 체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버기카 투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버기카를 몰다가 동승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버기카는 비포장도로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경량화해 외장이 거의 없고 차체 골격이 외부로 드러나 있는 구조의 레포츠용 차량입니다. 법적으로는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자동차 중 사륜형 이륜자동차에 해당합니다. 자동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버기카를 몰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다친 사람에 대해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참고로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배법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재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신속한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게 입법 취지입니다.

해외에서 버기카를 몰다가 함께 탑승한 다른 여행객을 다치게 한 경우도 자배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합니다.

해외에서 친구를 태워 버기카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A군과 B군은 친구사이로 함께 동남아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여행지에서 버기카 투어를 하게 됐는데 A군은 B군과 별다른 상의 없이 운전석에 앉았고 B군은 조수석에 탑승했습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A군은 운전을 하던 중 비포장도로의 웅덩이를 발견하고 피하려다가 버기카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가 난 찰나에 전복된 버기카에 B군의 손이 깔렸습니다.

B군은 현지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이어갔지만 결국 손가락 대부분을 절단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안타깝게도 B군이 활용할 수 있는 보험이 없었기 때문에 B군은 결국 A군에게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B군은 A군에게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A군이 운전면허가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A군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나름대로 B군에게 전체 손해 중 일부를 배상해 줬습니다. 그러나 손해액이 너무 컸기 때문에 나머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지연하게 됐고 두 친구는 소송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B군도 버기카가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위험성이 높음에도 이를 인지하고 함께 탑승한 점과 A군과 B군이 레저 활동을 즐기는 등 어느 정도 버기카에 대한 운행 이익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을 들어 A군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재판부 판결에 따라 A군의 책임이 80%로 제한됐지만 A군은 B군에게 적지 않은 손해를 배상해줘야 합니다. 만약 A군에게 자력이 없다면 B군은 실제 손해를 보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챗GPT]
재판 과정에서 A군 변호인 측은 자배법이 적용되는 자동차가 국내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로 한정된다며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80다2236 판결)를 들어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손해배상이 목적인 자배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는 한편, 외국 당국에 등록된 차량이라는 이유로 해당 버기카가 자배법에서 말하는 자동차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특히 레저 활동 계획이 있다면 여행자보험을 필수로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행기에 몸을 실어 이미 여행을 떠난 후에도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보험이 있기 때문에 여행 전 깜박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외 현지에 도착해 가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여행자보험은 여행, 출장, 나들이 중 발생한 상해, 질병 등의 신체사고는 물론이고 휴대물품 손해,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보장해 주는 상품입니다. 일부 여행자보험 상품은 무사고 귀환 시 보험금의 10%를 되돌려 주는 등 과거 대비 여러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보험은 상해사고로 해외여행 중 사망 또는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가입금액을 한도로 보상을 합니다. 해당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가입 금액에 따라 통상 1억원에서 5억원 한도로 보상합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해외여행 중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잘 챙겨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원활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해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여행자보험 등 활용 가능한 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보다 더욱 경황이 없어 사고 경위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확보해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 이후 적절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순간 최대한 사고 경위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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