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50조 불어난 ETF…유행상장·출혈경쟁은 숙제

김남석 2024. 6. 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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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투자와 안정적인 수익률 등의 장점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외형에 비해 내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행에 따라 차별성 없이 출시되는 상품과 상품성 대신 수수료로만 경쟁하는 등 자산운용사간의 출혈경쟁이 오히려 시장 건전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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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비교 순자산 대비 종목수 과다
상품성 아닌 마케팅·수수료 경쟁 집중
[연합뉴스 제공]

분산투자와 안정적인 수익률 등의 장점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외형에 비해 내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행에 따라 차별성 없이 출시되는 상품과 상품성 대신 수수료로만 경쟁하는 등 자산운용사간의 출혈경쟁이 오히려 시장 건전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내 ETF 상품의 순자산 총액은 150조60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29일 100조원을 넘어선 뒤 1년여만에 150조원도 넘어섰다.

ETF 상품 수는 875개에 달했다. 다만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순자산 규모에 비해 상품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글로벌 ETF 리서치기관 ETF GI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약 12조6000억달러로, 당시 환율로 1경7380조원수준이다. 종목는 1만728개다. 같은 시점 국내 ETF의 순자산 규모는 146조원, 868개다.

전 세계 시장의 ETF 1개 상품의 평균 순자산이 1조6000조원 수준인 반면, 국내 ETF 1개 상품의 평균 순자산은 17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비중으로는 상품 수로는 8.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산 규모는 0.84% 수준인 기형적인 형태다.

운용업계에서는 유사한 상품이 특정 시점에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는 관행에서 이 같은 결과가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엔 이차전지와 단기금리 추종 파킹형 상품이 유행하며 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관련 ETF 상품도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에서 엔비디아를 20% 이상 비중으로 담은 ETF는 12개로, 이 가운데 4개가 올해 출시됐다. 최근 1년 내에 상장한 상품도 8개에 이른다.

독자적인 상품보다 유행에 따른 상품을 급조하면서, 자산운용사들간 차별성이 사라지고 결국 상품성보다는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에 의존하게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베끼기는 일상이 됐고, 0%대 수수료를 제시하는 곳까지 나왔다"며 "당국이 차별성 있는 상품에 대한 일정 기간의 독점권을 인정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경쟁업체끼리 당국에 제보하는 등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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