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 국어 강사로 돌아온 안소희 “전 늘 간절했어요”

이정우 기자 2024. 6.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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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치동 스캔들’ 주연
배우 안소희. BH엔터테인먼트

“연기로 전향하고 나서, 이전과 다른 평가에 불안하고 스스로 작아지기도 했어요. 그 과정이 10년이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조금씩 잘 걸어왔구나 절 토닥토닥해주고 싶어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가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지나치기 쉬운 한국 영화 ‘대치동 스캔들’엔 반가우면서 생소한 얼굴이 나온다. 배우로 전향한 지 10여년, 그러나 여전히 국민 걸그룹 ‘원더걸스’ 소희로 많이들 기억하는 배우 안소희(32)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안소희는 “무언가를 이루는 데 걸리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느리지만 나는 조금씩 잘 걸어 왔구나’ 싶다”고 말했다.

영화 ‘대치동 스캔들’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제공

안소희는 ‘대치동 스캔들’에서 처음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시니컬한 대치동 국어 강사 윤임은 겉으론 누구에게나 할 말하는 똑부러지는 인물이지만, 실은 가까운 이에게 상처받은 뒤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인간이다. 10년 전 대학 시절 사귀었던 기행(박상남)이 윤임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제는 현재 둘의 직업이 학원 국어 강사와 학교 국어 교사라는 점. 윤임이 내신을 담당하는 학교의 국어 교사가 기행이란 사실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은 시험 문제 유출 의혹으로 번져 스캔들이 된다. 한편으론 오해와 상처로 얽히고설킨 과거의 관계가 윤임을 아프게 만든다.

안소희는 “기존에 보여졌던 이미지와 성격적인 면이 많이 달라서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안소희는 연기자를 시작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일부러 더 피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 모습을 지우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일부러 연예계 생활을 하는 캐릭터나 귀엽고 화려한 캐릭터는 피했다”고 말했다.

다만 표정 변화가 크지 않단 점에서 윤임과 ‘원더걸스’ 소희가 유사하다고 느낄 관객도 있을 것. 안소희는 “차갑다, 뚱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가수 시절 ‘왜 쟤는 저렇게 시큰둥할까’ ‘크게 원하는 마음이 없나’ 등의 말이 들릴 때마다 억울했다”고 말했다.

억울했던 이유는 보기와 달리 안소희는 가수일 때도, 연기자일 때도 늘 간절했기 때문이란다.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볼 때에도 춤과 노래를 직접 준비했고, 가수가 돼선 1위도 하고 싶고, 콘서트도 하고 싶었다. 연기로 전향한 후에도 여전히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제 볼살 때문에 속상했어요. 그것때문에 표정 변화가 크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요즘은 제 표정을 보면서 ‘아, 이래서 뚱해보인다고 했나 ’ 하면서 오히려 연기에 참고해요.”

배우 안소희. BH엔터테인먼트

안소희는 “연기를 해보니 일상의 경험이 정말 많이 부족하단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무대 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신, 그에겐 보통의 또래가 겪는 학창 시절이랄 게 없었던 탓이다. 그는 “타인을 대하고, 나 자신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시절과 지금의 삶의 만족도를 비교해달라고 하니 “정말 달라서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이 더 좋아요’라고 말하긴 너무 그 시간, 그 때 절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해요. 그 시절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이란 걸 알거든요. 그렇지만 사람 안소희로만 보면 지금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마음이 더 편안해졌어요.”

영화 속 윤임처럼 안소희는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와 멀어진 경험이 있다. 그는 “윤임은 10·20대 시절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사회인이 되어선 너무나 치열한 대치동이란 공간에 입성한다”며 “사회인으로서 겪은 일들로 인한 ‘갑옷’이 두꺼워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임처럼 가수에서 배우가 된 안소희도 갑옷이 두꺼워졌을까. “사회인으로서 갑옷이 얇아질 순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엔 하나의 두꺼운 갑옷만 있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갑옷이 생긴 것 같아요.”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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