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너무 비싸요" 소비자, 점점 지쳐가는데…
물가 상승률 안정에도 물가 수준 높아
소비자동향 악화 전망…경제심리도 불황
물가 상승률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지만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이미 높아져버린 물가 수준 탓이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여파는 소비자 동향에도 직접 반영되는 만큼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업경기와 경제심리지수 흐름도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25일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앞선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8.4로 전달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100 이하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 재정과 경제 상황, 가계 저축과 부채상황에 대한 인식 지표 모두 전달보다 악화하면서 흐름이 좋지 않다. 이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물가에 대한 인식이다. 5월의 경우 물가수준전망C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반면 임금수준전망CSI는 1포인트 하락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에 대한 기대치는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물가 수준은 크게 높아져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률이 오름세가 지속되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물가수준이 높거나 낮은 상황이 이어지면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향후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품목별 가격의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도 서민들의 체감 물가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류와 주거, 식료품 등 의식주 비용은 OECD 평균보다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와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낮은 편이다.
의식주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진 가운데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도 커져 공공요금이 조금만 올라도 서민들의 소비 여력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반도체 수출 상황이 나아지면서 무역수지는 개선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경기와 관련된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27일에는6월 기업경기조사(BSI) 결과와 경제심리지수(ESI)를 확인할 수 있다. 5월 전 산업 업황BSI는 73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고, 다음달 업황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BSI도 1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업황BSI는 1포인트 상승한 74를 기록했다. 매출과 채산성 지표는 개선됐고 자금사장은 다소 악화됐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 비중이 가장 컸고 불확실한 경제 사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뒤를 이었다.
비제조업 업황BSI는 72로 3포인트 올랐다. 매출은 전달과 동일한 지수, 채산성과 자금사정은 각 1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 역시 내수부진이 경영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와 달리 소비자심리지수를 포함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달보다 0.7포인트 하락한 93.8을 기록했다. 기업 경영 상황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큰 결과로 해석된다.
26일에는 올 상반기 금융시장안정보고서도 공개된다. 올 들어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4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고 증가 폭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정책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이와 함께 작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으로 촉발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불안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도 확대된 상황이다. 현재 금융당국의 시장 연착륙 방안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시장 등에 대한 평가, 향후 대응 방향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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