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된 애견인,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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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매제가 '개 유치원'과 '개 호텔'을 열었을 때, 은퇴 뒤의 한가한 계획으로 여겼는데 수요가 늘어 제법 큰 사업이 되었다.
그 집의 강아지들은 유치원의 반장 노릇을 오래 하더니 예쁘고 의젓한 성견이 되었다.
잡지에선 고양이 집사가 궁금해할 △고양이의 건강 △길고양이의 운명 △고양이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편애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언제나 가장 재미있는 건 고양이와 집사 사이의 밀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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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욘&무
여러 해 전에 매제가 ‘개 유치원’과 ‘개 호텔’을 열었을 때, 은퇴 뒤의 한가한 계획으로 여겼는데 수요가 늘어 제법 큰 사업이 되었다. 그 집의 강아지들은 유치원의 반장 노릇을 오래 하더니 예쁘고 의젓한 성견이 되었다. 이젠 곳곳에 비슷한 업체들이 들어서서 바야흐로 반려동물의 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지난주에 스위스 제네바 외곽, 실제로는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반려견과 함께 아침 산책을 했다. 아이들이 다 커서 모두 다른 도시로 보낸 친구 부부에게 그 녀석은 빈곳을 채워주는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었다. 반려동물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보니, ‘자신’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 내게도 고민이 생겨버렸다.
그러고 보니, 반려동물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고양이를 위한 유치원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 부러 찾아 봐도 거의 없다. 짐작건대 ‘고양이’가 ‘개’들과는 달리, 한자리에 모아놓고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마침 고양이를 특집으로 다룬 ‘과학잡지 에피’ 여름호를 들춰보니, 과학자들은 2천만년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는 올리고세에 등장한 프로아일루루스를 최초의 고양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지금 우리가 고양이라고 부르는 종은 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식육목-고양이과-고양이아과-고양이속에 속한다.
세상에 엄청나게 다양한 고양이가 있지만 모두 한 종에 속한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2천만년 전부터 등장한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고작 1만년 남짓이라는 것. 그래서 고양이에겐 인간과 함께 살기 이전의 습성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은 늘어났는데 지구가 건조해지면서 광대한 초원이 등장했다. 이들을 잡아먹으려면 위장에 능하고 밤에 움직이고 홀로 사냥해야 한다. 날씬한 체격, 유연한 몸놀림, 야행성 습관, 홀로 지내는 습성 등이 모두 그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잡지에선 고양이 집사가 궁금해할 △고양이의 건강 △길고양이의 운명 △고양이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편애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언제나 가장 재미있는 건 고양이와 집사 사이의 밀당이다. 호러 만화가로 유명한 이토 준지가 고양이와 함께한 이야기를 자신의 색깔로 그린 ‘욘&무’는 고양이 만화의 백미이자 세상 모든 고양이 집사들의 이야기다.
원래 작가는 애견파였다. 하지만 애묘파인 약혼자 때문에 고양이 두마리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 약혼자와 함께 살기 위해 새로 마련한 집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새로 도배한 하얀 벽지, 반질반질한 마루, 향긋한 새집 냄새에 취해 기분 좋은 상념에 빠져 있는데 불현듯 울리는 불길한 초인종. 캣타워가 배달되었다. 아뿔싸! 부모님 댁에 있던 고양이 욘을 데리고 오겠다는 약혼자의 일방적인 통고. 새로 도배한 벽을 고양이가 긁을까 걱정되어 시트지로 뒤덮으면서 욘의 등에 있는 해골 닮은 무늬를 생각한다. 무섭다. 거리를 두고 동거를 시작했지만 이사 스트레스로 아픈 욘이 안쓰럽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 무가 합류하고 욘도 찬찬히 보니 나름 귀엽다. 밥 주다 깨물리다 밀고 당기는 마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진짜 행복이리라. 내게도 그런 행복이 올까?
주일우│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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