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전문가' 공인되려면…'왜?'에 답할 수 있어야 했다 [스프]
WSET 레벨 3 합격하다!
와인을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면서, 자격증을 따보겠다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지난해 8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중순 3단계 시험을 봤고, 석 달이 좀 지나서 합격을 통보받았습니다. "Pass with Distinction"이랍니다. 100점 만점에 55점을 넘으면 합격(Pass)이고, 60점 이상이면 "Pass with Merit", 80점 이상이면 "Pass with Distinction"인데 "Distinction"을 받았습니다.
WSET 3단계, '전문가'로 인정
WSET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와인 교육기관이기도 합니다. (와인 종주국 프랑스는 뭘 하는지, 물론 언어 장벽이 가장 크긴 하겠지만.) 1단계는 와인의 기본 개념과 시음법을 배우고, 2단계는 주요 품종과 와인 생산 지역에 대해 좀 깊이 들어갑니다. 1, 2단계는 수업을 듣고 바로 자격증을 딸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관심이 많아서 스스로 책도 많이 봤고, 무엇보다 프랑스 특파원 시절, 3년 동안 장 보러 갈 때마다 와인 코너에서 라벨을 보며 무엇을 사 먹을까 연구했던 터라 1단계부터 들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1단계부터 수업을 듣는 것이 시음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기계적으로 1차 향, 2차 향, 3차 향을 구별해 내고 그 향을 설명하는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도전한 지 두 달 만에 레벨 2를 "Pass with Distinction"으로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레벨 3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배우는 심화 과정입니다. 일단 교재부터 1, 2단계와 비교가 안 됩니다. 주교재는 빽빽한 글씨로 각 지역별 와인에 대한 설명이 꽉 차 있습니다. 부교재는 전 세계 와인 산지에 대한 지도가 기본입니다. 이 지도를 놓고 지형과 토양, 기후를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프랑스 와인과 프랑스 와인이 아닌 와인, 두 가지가 있다'는 말처럼, 프랑스 와인이 전체 학습 분량의 절반은 되는 듯했습니다. 저 역시 특파원을 지내면서 프랑스 와인을 가장 많이 접했던 터라 프랑스 와인이 가장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구대륙 와인과 함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공 등 신대륙 와인은 지명부터, 기후, 품종까지 전부 다 외워야 했습니다. 물론 이해를 못 하면 암기가 불가능하죠.
수업은 주 2회, 한 번에 3시간씩 진행되는데, 그중 1시간은 시음 훈련에 할애됩니다. 레벨 3는 15회 수업이 기본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저녁에 주 2회씩 수업을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시음 훈련은 시각, 후각, 미각을 총동원해야 하니까 더욱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와인 맛을 느끼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론 시험은 객관식 50문제와 단답식, 서술형까지 포함해 100점 만점으로 2시간 동안 치르고, 시음 시험은 30분 동안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한 가지씩을 놓고 치릅니다. 이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와인의 특성을 설명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아주 좋은 와인인지, 지금 마시는 게 좋은 건지, 더 숙성시켜 마시는 게 좋은 건지 등등을 평가합니다.
이 와인은 "왜?"
예를 들면 "샤르도네는 서늘한 기후와 온화한 기후에서 다 재배될 수 있는데, 각 지역의 사례를 들고, 그 기후가 포도와 와인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라" 이런 식입니다. 또는 "샤르도네로 만들어진 와인이 부드러운 질감과 버터, 토스트, 바닐라향을 발현한다면 어떤 양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설명하라" 하는 식입니다.
또는 샴페인을 서빙하는 데 주의할 점을 설명하라고 하면 이를 단계별로 7단계에서 10단계까지 차례로 서술해야 하는 겁니다. "우선 샴페인은 충분히 시원하게 보관해서, (온도가 올라가면 '뻥' 소리가 크게 나는데 그건 옳은 서빙 방법이 아닙니다.) 45도 정도로 기울이고, 병 입구는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하고, 철사를 푸는 순간부터 입구를 꼭 누르고 (튀어 오르지 않도록), 병마개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병을 돌려서 개봉한다" 이런 식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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