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발명 보상금 달라”…삼성전자 1998년 퇴직 연구원, 대법원서 승소

2024. 6.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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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승소, 2심 패소
대법, 승소 취지 판단…“소멸시효 안 지났다”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1998년에 퇴직한 삼성전자 연구원이 “직무발명 보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승소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전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A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A씨는 세탁기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했다. 그는 재직 중 세탁기용 필터 관련 기술 10건을 발명해 출원·등록했고, 1998년에 퇴사했다. 이후 A씨는 2015년께 “직무발명 보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신청했고, 삼성전자는 내부규정에 따라 58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보상금액에 대해 A씨는 이의를 신청했다. 직무발명 등급이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5800만원을 지급받은 다음날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정당한 범위의 보상금을 지급해달라”고 했고, 1심에선 일부 승소했다. 삼성전자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삼성전자는 A씨가 재직하던 때 ‘199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을 시행하고 있었다. 여기엔 보상금의 지급 시기에 대한 규정이 존재했다. ‘특허가 삼성전자의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 였다.

1심은 이를 근거로 “A씨가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때까지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며 소멸시효(10년)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영 공헌 등 실적이 발생한 ‘시점부터’ 10년을 계산해야 하므로 비록 A씨가 2015년에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2심에선 A씨 패소로 판결이 뒤집혔다. 2심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2심을 맡은 특허법원 24-2부(부장 권순민)는 2021년 7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사건에 대해 ‘199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아니라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지침을 개정했으니 여기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2001년 보상지침’엔 ‘1991년 지침’과 달리 보상금의 지급 시기나 절차에 관한 규정이 삭제됐다.

이를 근거로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실적이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2001년 보상지침’이 시행된 때(2001년 1월 1일)부터가 맞다”며 “소멸시효(10년)가 지났다”고 했다. A씨가 2001년부터 10년을 넘긴 2015년이 됐을 때 소송을 제기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2심이 A씨에게 ‘2001년 보상지침’을 적용한 게 잘못이라고 봤다. 이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2심 결론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가 재직하던 때 시행된 근무규정은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라며 “A씨는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시행되기 전에 퇴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사 당시 A씨와 삼성전자 사이에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을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보상금 청구권 행사엔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아니라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A씨에게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4번째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가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 규정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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