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로 승부하라, 아나운서가 전하는 끌림이 다른 말

서울문화사 2024. 6.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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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곧 내가 되는 세상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은 다르다. 아나운서 14년 차, 20년 동안 말을 업으로 살아가면서 알게 된 언어 꿀팁, 한 끗 차이 소통의 레시피를 풀어보려 한다. 그 시작은 스토리의 힘이다.

최경주 프로의 스토리를 보며 느낀 메시지! ‘희망’

골프 아나운서로 활동한 지 14년 차, 이제 ‘골프대회’ 현장은 익숙한 일터다. 그런데 얼마 전 MC를 보러 갔다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최경주 프로의 sk텔레콤 2024 오픈 챔피언 도전 이야기다. 54살 노장의 코리안투어 우승 도전! 20~30살 정도 차이가 나는 후배 프로 선수들과 겨루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던 제주 날씨 속에 노장의 노련함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승부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KPGA(한국프로 골프) 상금왕이었던 박상현 프로와의 샷 대결. 연장 1차전, 최경주 프로의 공은 안타깝게도 페널티 구역인 연못을 향해 날아갔다. 모두가 ‘공이 물속에 빠지는구나!’라고 느낀 순간, 공은 연못 위 ‘작은 돌 위’에 떨어졌다. 그리고 최경주 프로는 그 어려운 공을 그대로 살려냈다. 19년 만에 깨진 ‘대한민국 골프계 최고령 우승’ 기록! 12년 만에 들어 올린 KPGA 코리안투어 우승컵이었다. 중계방송이 끝나고, 댓글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중년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봤습니다.” 기록보다 멋진 것은 ‘도전과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강력한 메시지는 ‘말’보다 ‘스토리’에서 느껴진다

오랜 시간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하며 느낀 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는 ‘말’보다 ‘스토리’가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이다. 만약 최경주 프로가 “여러분! 언제나 희망을 놓지 마세요”라는 말만 전한다면, 그 울림이 강렬할까? 자신의 ‘최고령 챔피언 도전’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훨씬 기억에 남을 것이다. ‘스토리’는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게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주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만들어가자

최경주 프로처럼 스토리가 없는데,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어떻게 하지? 대단한 스토리가 아니어도 된다. 습관, 일상, 작은 에피소드도 강력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면접 코칭을 할 때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소개할 때 ‘팩트’만 설명한다. “저는 성실한 사람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과연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저는 매일 아침 1시간씩 조깅을 한 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와의 약속을 지키려 하죠”라는 스토리는 어떨까? 좀 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그래도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중요한 면접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여행이나 봉사 활동을 가서 스토리를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오늘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다면, 당장 그 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보자. 약속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루틴, 친구를 배려하는 대화. 나의 일상에는 내가 몰랐던 나만의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나만의 다른 1%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릇! 스토리

스토리는 ‘설득’을 넘어 ‘감동’을 주기도 한다. 골프 채널 아나운서 시험을 볼 때의 일이다. “왜 지원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 집은 채널이 딱 하나였어요. 아버지가 jtbc golf 방송만 보셨거든요. 그래서 제게는 1등으로 떠오르는 채널이고요, 골프는 잘 모르지만 jtbc golf 모든 프로그램을 다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매일 보시는 TV에 제가 나오면 너무 기뻐하실 것 같아 꼭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14년 전이니 아나운서 시험 경쟁률이 평균 800 대 1! 그 안에서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스토리였다. 스토리는 스펙을 이긴다. 1등만 기억하는 시대에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스며드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JTBC Golf 출신의 14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에디터 : 서지아 | 글 : 김미영(아나운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김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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