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된 회사서 사망한 근로자…法 "업무상 재해 아냐"

해외파견 간 근로자, 근무 중 심근경색 사망
배우자 "산업재해"…근로복지공단 상대 소송
法 "산재 대상 아냐…본사 지시·지휘 없었어"

[서울=뉴시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50대 근로자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망인이 본사로부터 업무 지시나 지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지난 4월26일 망인의 배우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50대 망인은 2019년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다 이듬해 7월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사망했다.

A씨는 2020년 10월 망인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망인이 해외 파견자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망인에 대해 해외 파견자 임의가입 신청한 사실도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21년 7월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듬해 11월 원고 청구 기각 판결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월 재차 이 사건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망인이 국내 회사 근무하다 지시 받고 해외로 옮긴 점 ▲중국 현지법인은 본사 의사결정 따라 업무를 진행한 점 ▲망인이 본사의 업무지시를 받은 점 ▲망인 월급도 본사 연봉계약에 의해 결정된 점 등을 근거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산재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본사가 중국 현지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한 모회사로써 현지법인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자회사인 중국 현지법인은 중국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서 별도의 독립된 회사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중국 현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망인이 본사의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에 본사가 망인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구체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망인이 본사에 직접 업무보고를 했다는 구체적인 사정 역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망인이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중국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의 사업에 소속해 본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망인은 산재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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