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8만전자다" 개미 던지고 외국인 줍줍…누가 웃을까

김창현 기자, 박수현 기자 2024. 6.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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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돌아온 외인부대(下)
[편집자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침내 되돌아왔다. 주가의 흐름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규모로 한국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현실로 성큼 다가온 '바이코리아'의 배경과 미래를 조망한다.
8만전자 돌파에 내던지는 개미, 쓸어담는 외국인…누가 눈물 흘리나
외인이 많이 산 종목 2분기 실적 전망치 변화 추이/그래픽=이지혜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개인이 삼성전자를 4조원 넘게 팔아치울 때 외국인이 이를 전부 받아낸 건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운용업계 관계자들도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수익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이 대거 매수한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도 최근 들어 실적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되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73조3907억원, 영업이익은 8조2029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전 전망치와 비교할 때 매출액은 4%, 영업이익은 26%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000억원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반도체 부문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은 시클리컬(경기민감) 산업이라는 특성이 반영돼 주기적으로 부침을 겪는다. 지난달 21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하락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을 타개하고자 반도체 부문 수장에 경계현 사장 대신 전영현 부회장을 앉히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영현 부문장은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신제품 개발과 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와 3nm 수율 개선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분위기 쇄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전공 분야기도 한 낸드(NAND) 또한 인공지능(AI)을 등에 업고 수요가 늘고 있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최소 8TB 최대 64TB 용량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AMD의 물량을 수주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달 AMD는 자사 신제품을 3nm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AMD는 그간 TSMC와 파트너십을 이어왔으나 3nm 공정에 GAA 공정을 도입한 건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MD의 TSMC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삼성 파운드리 사용은 장기 시계열 관점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상향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15조7572억원, 영업이익은 4조7610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 94% 늘었다.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 TSMC와 함께 경쟁우위를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SK하이닉스의 경쟁사들이 엔비디아로부터 퀄 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독점 체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패키징 공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했을 뿐 아니라 생산 수율도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43조6576억원 영업이익은 4조456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5% 증가했다. 기아의 2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27조6274억원, 영업이익은 3조589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 상승했다.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구간에 빠진 탓에 완성차 업체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수요 감소를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로 상쇄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5월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9만3000대를 팔았다. 기아는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력 하이브리드 차량뿐 아니라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주식 투자금 35%가 외국인…증권가 "바이 코리아, 더 간다"
최근 5년간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기록적인 순매수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이어가며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35.55%로 훌쩍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월2일부터 6월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에서만 22조622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장 외국인 지분율도 시가총액 기준으로 32.72%에서 35.55%까지 높아졌다. 이는 2021년 5월7일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이 증시의 흐름을 결정짓는 수급 주체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가 2년5개월여만에 2800선을 넘자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반도체 매수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반도체만 사다 보니 관련 종목군 중심으로 주가가 견조하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작년부터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 방향성의 상관계수는 83%였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디스인플레이션 기대를 본격화했던 지난해 11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로 27조4000억원을 기록 중인데, 국내 주식시장은 중간에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외국인 순매수와 동행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규모 및 상위 종목.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외국인이 상반기 내내 순매수를 이어간 데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중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 △반도체·인공지능(AI) 랠리 기대감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수 강도가 강했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순수 성장주(9개)가 순수 가치주(8개)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성장주 비중이 축소됐다"라며 "외국인 순매수세에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높아졌지만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외국인 지분율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면서도 "매수세는 지난 4월 이후 둔화했지만 여전히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원화 강세 가능성과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며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길 연구원도 "지분율 관점에서 추가 외국인 자금 유입 여력을 크게 볼 수 있다"라며 "코스피,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34%, 9.4%로 2010년 이후 평균은 이제 회복한 수준이다. 팬데믹 기간에는 36.8%까지 상승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1% 상승은 20조원 내외의 순매수를 수반하므로 순매수 규모가 커서 추가 유입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을 때 대형주가 중소형주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다"라며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수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형주의 강세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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