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 진로는 20대 여성이 찾는 술 왜?
현지 장보기, 후지마트서 진로 전용 매대도 운영돼
[마이데일리 = 베트남 하노이·이지혜 기자] ‘베트남 여행’ 하면 남부 휴양지 다낭을 먼저 떠올리고 최근엔 나트랑이나 푸꾸옥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북부 하노이 역시 인기 여행지다. 베트남 수도로 볼거리가 많고, 호텔, 교통, 맛집 등 인프라가 좋아 자유여행에도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베트남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롱베이’를 찾는 관문인 만큼 패키지여행으로 찾는 이들도 다수다.
이러한 하노이에서도 대표 여행지로 따히엔(Ta Hien Street) 맥주거리를 꼽는다. 예전에 이곳은 대형 영화관이 위치해 젊은이들이 즐겨 찾자, 이 주변 상권에 자연스레 주점과 식당, 쇼핑 등도 성업하게 됐다. 지금은 거리를 따라 노상 테이블이 쫘악 깔려 있고 외국인 베트남의 밤문화를 즐기러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한국인이 따히엔을 방문하면 2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국 소주 진로를 어느 가게에 들어가나 쉽게 만난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에 따르면 따히엔 맥주거리에 78개 주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64곳에 진로가 판매되고 있다. 가게마다 메뉴판 하단에 진로 사진이 눈에 띄게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술집 가격 5000원이 일반적이라면, 이곳 주점에서는 베트남 돈으로 15만동(8200원) 정도 한다. 맥주는 7만~8만동 정도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종종 보던 진로 판촉사원도 만날 수 있다. 여성 2인이 1조로 진로 두꺼비 굿즈와 소주를 들고 주점을 순례한다. 테이블마다 돌면서 진로 시음을 권하고, 마음에 들어 술을 주문하면 즉석에서 1병 소주잔, 2병 두꺼비 인형, 3병 우산을 증정한다. 한국식 영업을 베트남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셈인데,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판촉사원이 맥주를 마시던 테이블에 다가가면 이 시음용 소주를 맥주와 섞어 ‘소맥’을 마는 이들도 있을 만큼 K-소주와 음주 문화가 친숙하다.
또한 유독 2030 여성이 많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테이블에 녹색 소주병이 보이면 어김없이 젊은 여성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맥주거리에서 베트남 젊은이들끼리 술을 마시는 테이블을 보면 진로가 놓여있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옷차림이나 스타일 역시 한국의 최신 유행과 별다르지 않음도 물론이다.
한 주점에서 만난 직장인 응웬씨(27살)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한국 노래도 즐겨듣는다”며 “친구들과 이렇게 소주를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며 방긋 웃었다.
진로소주뿐 아니라 맥주거리에서 삼겹살, 김치찌개 등 한식을 찾는 이들도 다수다. 이곳의 명물로 ‘진로BBQ’란 상호를 내건 식당이 성업 중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신기하게 한식과 진로가 꼭 한 번쯤 먹고 싶어진다. 현지식이 맞든 안 맞든 마찬가지다. 또한 해외에서 파는 한식당의 맛과 분위기도 흥미로운 경험이자 기회가 될 때 두고두고 이야기 하는 단골소재가 되기도 한다.
따히엔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새 흥겨운 테크노 리듬이 어우러진 “아이 러브 진로 ♬” 노래가 들린다. 아울러 하늘색과 분홍색의 두꺼비가 춤을 주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마저 한국과 다르지 않다.
김광욱 진로BBQ 점장은 “하이트진로 본사에 동의를 얻어 지난 2019년부터 영업해왔고 지금은 4개점을 운영 중이다”며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성 손님이 다수이고 한 달에 점포당 40~50박스씩 진로가 판매된다”고 소개했다.
해외여행 나갈 때 무겁지만 진로 소주팩을 싸들고 나가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하노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망고젤리, 캐슈넛 등을 사러 현지 마트에 가도 어디든 진로를 쉽게 만날 수 있어서다.
하노이 시내 11개 매장을 운영 중인 후지마트에서는 참이슬 단독 매대도 볼 수 있다.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이즈백은 물론이고 청포도·자몽·복숭아·딸기·자두 등 5가지 맛 ‘~에 이슬’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 판매가는 6만5000동(3500원)이다.
진로 외에도 ‘소주’를 연상하게 하는 술을 다수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녹색병에 양이 360ml이고 한글로 제품명을 표기하고 있다. 매개 상단에 진열돼 있는 한글 ‘태양’이 쓰인 제품은 태국 타완당에서 만들었다. 그 아래 신세계L&B에서 술추한 ‘힘 클래식’도 눈에 들어온다.
후지마트 관계자는 “진로는 월간 300병 정도 판매가 되고 젊은층이 특히 많이 찾는다”며 “과일 소주를 집에서 마시는 이들이 많아서 진로 단독 매대뿐 아니라 과일 소주 매대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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