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위탁코인 70조…준비금은 고작 7000억?

김남석 2024. 6. 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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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법 시행까지 한 달
거래소 모두 준비금 '미확정'
[연합뉴스 제공]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이 한 달앞으로 다가왔지만, 거래소가 여전히 이용자 보호를 위한 '준비금'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이나 거래소 파산 등에 대비해 이용자가 위탁한 코인 가치의 일정 부분을 준비금으로 마련하거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현재 위탁받은 코인 가치에 비해 준비금이 과도하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거래소 모두 가상자산법에서 정한 준비금 적립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준비금은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해킹 등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거래소가 위탁받아 관리하는 코인의 경제가치 중 일정비율 이상을 준비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공제나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국내 5대 원화거래소가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코인의 가치는 70조원을 넘는다. 1분기 기준 두나무(업비트)가 55조5352억원의 이용자 코인을 가지고 있고, 빗썸도 13조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는 작년 말 기준 각각 1조7675억원, 8921억원, 1361억원을 위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법 시행령 등에서 위탁받은 코인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토록 하고,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에 보관하는 코인 가치의 5%를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해당 비율에 따라 각 거래소가 준비해야 하는 준비금은 최대 7218억원이다. 콜드월렛에 더 많은 코인을 보관한다면, 이 금액은 더 줄어든다.

하지만 시행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거래소들은 준비금의 규모와 적립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콜드월렛에 어느정도의 코인을 보유할지, 회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 일부를 적립하는 것과 보험가입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아직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에 관련 상품이 없는 만큼 보험사들도 보험료, 피해보상 규모 등을 처음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상품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들은 보험 상품이 나온 뒤에야 준비금 적립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거래소가 준비금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 회사의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준비금으로 구분해 보관해야 하는데, 거래소 역시 대부분의 자산이 회사 소유 코인인 만큼 30억~5000억원의 현금을 당장 마련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법 관련 거래소의 결정 만으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마무리됐다"며 "준비금이나 예치금 관련 사안은 은행과 보험사 등 거래소 외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거래소가 위탁 관리하는 코인 규모에 비해 적립금이 과도하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가 대부분의 자산을 콜드월렛에 보관한다 하더라도 파산이나 영업종료로 인한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하면 현재 기준의 준비금으로는 피해보상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기준 7개 거래소가 문을 닫았지만 이들 모두 자산반환 절차를 미루고 있고, 2년 전 파산한 FTX도 2년이 지나서야 자산을 반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준비금을 제외하면 이용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어려운 만큼, 준비금 비율을 더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당장 이달 중순부터 가상자산법을 시범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준비가 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법 시행에 맞춰 모든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지만 시행 이후에도 시행착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2달 전 가상자산법 이행 점검 결과 5대 거래소 모두 예치금과 준비금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밖에 준비가 미흡한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금 규모는 법에서 정한 수준에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콜드월렛 보관과 가상자산 소유자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이용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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