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인생] 못 막는 선수 없는 수비 스페셜리스트 최원혁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지명된 건 너무 기뻤고, 좋았다. 오고 싶었던 SK에 뽑힌 데다 1라운드에 지명된 이현석과 친해서 좋은 기분 밖에 안 들었다. 김선형 형, 주희정 형 등 좋은 가드들이 있어서 보고 배울 게 많겠다고 여겼다. 우리 때는 ‘꿈의 SK’라고 분위기도, 환경도 좋아서 가고 싶은 팀이었다. 1라운드에 뽑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당시 선수들이 너무 좋아서 프로만 가자는 게 목표였다. 그래도 2라운드 앞순위에 뽑혀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달리면 1등인 체력의 밑바탕 정신력
대학 1학년 때 전지훈련을 대만으로 가서 저만 경기를 아예 못 뛰었다. 동기들은 5쿼터라도 경기를 다 뛰는데 저만 못 뛰니까 많이 힘들 때 주변 형들이 잘 잡아줬다. 그걸 생각하면서 계속 열심히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기를 뛰는데 그럴수록 옛날 생각하면서 마음을 잡았다.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고, 뛰는 것도 힘든데 여기서라도 더 두각을 나타내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운동했다.
김선형 부상으로 존재감 알린 2015-2016시즌 초반
데뷔 시즌(2014-2015)에는 멋도 모르고 나도 기회 주면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을 느꼈다. 몇 번 뛰어봤는데 아무 것도 못 하고 긴장만 했다. 그러다가 D리그를 가서 김기만 코치님께 많은 걸 배웠다. 수비를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선배들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저를 이렇게 키워 주셔서 김기만 코치님께 감사하다. 그런 다음 2015-2016시즌에도 열심히 준비하니까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상대팀에서 잘 하는 형들이 있으면 죽기살기로 막아보자고 생각했더니 점점 자리를 잡았다.
우승도 했고, 경기도 뛰었다. 사실 프로 와서 챔프전을 못 가서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는 선수가 많다고 한다. 그 때 완전 주축은 아니지만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디온테 버튼 수비는 우리 팀 선수들을 믿고 패기로만 막으려고 했다. 경기를 뛰며 기사에 이름이 계속 나오는 걸 보니까 시즌이 끝난 뒤 여운도 남고 기분이 좋았다.
가치 높인 단신 외국선수와 아시아쿼터 제도
단신 외국선수가 있었을 때도 재미있었고,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들어와서 저에게는 혜택 같은 거다. 이런 선수들뿐 아니라 국내선수들도 잘 하는 선수가 많다. 그런 게 기본적으로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단신 외국선수 제도가 없었으면 이정도까지 못 오고, 아시아쿼터 제도가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아니었을 거 같다.
이들을 수비하기 위한 분석 방법
전력분석 형들이 분석을 너무 잘한 뒤 영상을 하나씩 편집해서 보여준다. 제가 부탁하면 그 선수 플레이를 찾아서 (영상을)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처음 보는 선수도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고, 슛이 좋은지, 슛보다 패스를 좋아하는지 그런 게 다 분석이 된다. 1라운드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선수는 이런 느낌이구나’, ‘이렇게 할 때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파악을 한다. 전태풍 형이 트래시토크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토크는 아니지만 저는 신체 접촉을 하면 단신 외국선수는 짜증내기도 했다.
양동근 형. 그래프가 있다면 동근이 형은 모든 게 다 완벽한 선수다. 2대2도 너무 잘 하고, 슛도 너무 좋고, 패스도 되게 좋은데 수비 압박도 너무 좋다. 현대모비스와 경기를 할 때 동근이 형이 저를 막으면 벽이 있는 느낌이었다. 빈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매너가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어린 선수라서 과격하게 할 때가 있는데 파울한 뒤 ‘형 죄송하다’고 하면 ‘괜찮다’고 웃으면서 넘어가고, 한참 어린데 인사하러 가면 밝게 받아 주신다. 사람이 흠이 있어야 하는데 흠이 없었다.
최원혁이 생각하는 오재현
제가 그 동안 봤던 선수들 중에서 제일 독종, 진짜 독종이다. 저도 신인 때 형들에게 ‘넌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현이는 열심히 하면서 더 발전하고 싶어서 농구에 미친 선수다. 그러니까 슛도 잘 들어가고, 국가대표도 되고, 팀의 주축이 되었다. 재현이가 노력해서 만든 거다. 제가 군대 갔다 왔을 때 재현이가 슬럼프가 와서 체육관 가기 싫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 때와 다르게 너무 열심히 계속 하니까 이런 좋은 선수가 되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프로에서는 자신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요즘 선수들은 드리블도 열심히 치고, 슛도 열심히 던지는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다들 공격을 잘 하고 싶고, 슛 넣고 싶고, 화려한 걸 하고 싶은데 프로에는 그걸 잘 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 선수들을 이기지 못할 거면 다른 걸 보완해서 특색을 갖추는 게 낫지 않을까?
이건 (전희철)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다(웃음). 감독님께서 ‘너희에게 공격 옵션을 안 주는 게 아니다. 김선형처럼 할 수 있어? 허일영처럼 슛 쏠 수 있어? 안영준처럼 돌파할 수 있어? 그게 부족하니까 그걸 이 선수들에게 시키고, 너희는 다른 걸 시키는 거다’고 하셨다. 선형이 형에게 ‘오재현, 최원혁처럼 수비해’라거나 일영이 형에게 ‘누구처럼 뛰어다니거나 돌파만 해’라고 하면 안 되는 거다.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생각을 하면서 훈련을 열심히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형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저도 희정이 형에게 많이 물어봤다.
전희철 감독 대신 전하는 경기 직전 한 마디
이현석이 SK에 있을 때 먼저 했었다. 현석이가 하다가 KT로 가고 나서 어떻게 하다가 (전희철 감독이) 저에게 ‘한 마디 해봐’ 했는데 그게 재미있어서 2년 내내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고, 웃음도 잡아야 해서 살짝 부담이 되었다(웃음).
연습할 때 감독님께서 힌트를 주신다. 플랜은 뭐고, 수비와 공격은 어떻다고 이야기를 하신다. 그걸 파악하고 있다가 운동이 끝날 때 정리를 해서 이야기를 했다. 제가 맨날 감독님을 따라하니까 감독님께서 나중에는 ‘난 말 안 할 거야’라고 하시면서 끝냈다. 감독님이라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실 거라고 생각하거나 정 안 떠오르면 고참 형들과 이야기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가 공격이 잘 안 되어서 60점, 70점을 넣었을 때 평균 득점이 안 나오니까 사무국에 감독님 유니폼 좀 준비해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너희 공격이 안 되면 미리 말하라고, 내가 경기를 뛰면 된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께서 공격을 되게 잘 하셨기 때문이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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