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인생] 못 막는 선수 없는 수비 스페셜리스트 최원혁

이재범 2024. 6. 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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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이번 달에는 데뷔 후 10년 동안 서울 SK에서 수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최원혁(183cm, G)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14년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 지명
지명된 건 너무 기뻤고, 좋았다. 오고 싶었던 SK에 뽑힌 데다 1라운드에 지명된 이현석과 친해서 좋은 기분 밖에 안 들었다. 김선형 형, 주희정 형 등 좋은 가드들이 있어서 보고 배울 게 많겠다고 여겼다. 우리 때는 ‘꿈의 SK’라고 분위기도, 환경도 좋아서 가고 싶은 팀이었다. 1라운드에 뽑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당시 선수들이 너무 좋아서 프로만 가자는 게 목표였다. 그래도 2라운드 앞순위에 뽑혀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달리면 1등인 체력의 밑바탕 정신력
대학 1학년 때 전지훈련을 대만으로 가서 저만 경기를 아예 못 뛰었다. 동기들은 5쿼터라도 경기를 다 뛰는데 저만 못 뛰니까 많이 힘들 때 주변 형들이 잘 잡아줬다. 그걸 생각하면서 계속 열심히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기를 뛰는데 그럴수록 옛날 생각하면서 마음을 잡았다.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고, 뛰는 것도 힘든데 여기서라도 더 두각을 나타내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운동했다.

김선형 부상으로 존재감 알린 2015-2016시즌 초반
데뷔 시즌(2014-2015)에는 멋도 모르고 나도 기회 주면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을 느꼈다. 몇 번 뛰어봤는데 아무 것도 못 하고 긴장만 했다. 그러다가 D리그를 가서 김기만 코치님께 많은 걸 배웠다. 수비를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선배들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저를 이렇게 키워 주셔서 김기만 코치님께 감사하다. 그런 다음 2015-2016시즌에도 열심히 준비하니까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상대팀에서 잘 하는 형들이 있으면 죽기살기로 막아보자고 생각했더니 점점 자리를 잡았다.

잊을 수 없는 2017-2018시즌
우승도 했고, 경기도 뛰었다. 사실 프로 와서 챔프전을 못 가서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는 선수가 많다고 한다. 그 때 완전 주축은 아니지만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디온테 버튼 수비는 우리 팀 선수들을 믿고 패기로만 막으려고 했다. 경기를 뛰며 기사에 이름이 계속 나오는 걸 보니까 시즌이 끝난 뒤 여운도 남고 기분이 좋았다.

가치 높인 단신 외국선수와 아시아쿼터 제도
단신 외국선수가 있었을 때도 재미있었고,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들어와서 저에게는 혜택 같은 거다. 이런 선수들뿐 아니라 국내선수들도 잘 하는 선수가 많다. 그런 게 기본적으로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단신 외국선수 제도가 없었으면 이정도까지 못 오고, 아시아쿼터 제도가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아니었을 거 같다.

이들을 수비하기 위한 분석 방법
전력분석 형들이 분석을 너무 잘한 뒤 영상을 하나씩 편집해서 보여준다. 제가 부탁하면 그 선수 플레이를 찾아서 (영상을)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처음 보는 선수도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고, 슛이 좋은지, 슛보다 패스를 좋아하는지 그런 게 다 분석이 된다. 1라운드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선수는 이런 느낌이구나’, ‘이렇게 할 때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파악을 한다. 전태풍 형이 트래시토크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토크는 아니지만 저는 신체 접촉을 하면 단신 외국선수는 짜증내기도 했다.

가장 막기 힘들었던 상대
양동근 형. 그래프가 있다면 동근이 형은 모든 게 다 완벽한 선수다. 2대2도 너무 잘 하고, 슛도 너무 좋고, 패스도 되게 좋은데 수비 압박도 너무 좋다. 현대모비스와 경기를 할 때 동근이 형이 저를 막으면 벽이 있는 느낌이었다. 빈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매너가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어린 선수라서 과격하게 할 때가 있는데 파울한 뒤 ‘형 죄송하다’고 하면 ‘괜찮다’고 웃으면서 넘어가고, 한참 어린데 인사하러 가면 밝게 받아 주신다. 사람이 흠이 있어야 하는데 흠이 없었다.

최원혁이 생각하는 오재현
제가 그 동안 봤던 선수들 중에서 제일 독종, 진짜 독종이다. 저도 신인 때 형들에게 ‘넌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현이는 열심히 하면서 더 발전하고 싶어서 농구에 미친 선수다. 그러니까 슛도 잘 들어가고, 국가대표도 되고, 팀의 주축이 되었다. 재현이가 노력해서 만든 거다. 제가 군대 갔다 왔을 때 재현이가 슬럼프가 와서 체육관 가기 싫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 때와 다르게 너무 열심히 계속 하니까 이런 좋은 선수가 되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프로에서는 자신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요즘 선수들은 드리블도 열심히 치고, 슛도 열심히 던지는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다들 공격을 잘 하고 싶고, 슛 넣고 싶고, 화려한 걸 하고 싶은데 프로에는 그걸 잘 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 선수들을 이기지 못할 거면 다른 걸 보완해서 특색을 갖추는 게 낫지 않을까?
이건 (전희철)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다(웃음). 감독님께서 ‘너희에게 공격 옵션을 안 주는 게 아니다. 김선형처럼 할 수 있어? 허일영처럼 슛 쏠 수 있어? 안영준처럼 돌파할 수 있어? 그게 부족하니까 그걸 이 선수들에게 시키고, 너희는 다른 걸 시키는 거다’고 하셨다. 선형이 형에게 ‘오재현, 최원혁처럼 수비해’라거나 일영이 형에게 ‘누구처럼 뛰어다니거나 돌파만 해’라고 하면 안 되는 거다.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생각을 하면서 훈련을 열심히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형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저도 희정이 형에게 많이 물어봤다.

BONUS ONE SHOT
전희철 감독 대신 전하는 경기 직전 한 마디

이현석이 SK에 있을 때 먼저 했었다. 현석이가 하다가 KT로 가고 나서 어떻게 하다가 (전희철 감독이) 저에게 ‘한 마디 해봐’ 했는데 그게 재미있어서 2년 내내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고, 웃음도 잡아야 해서 살짝 부담이 되었다(웃음).
연습할 때 감독님께서 힌트를 주신다. 플랜은 뭐고, 수비와 공격은 어떻다고 이야기를 하신다. 그걸 파악하고 있다가 운동이 끝날 때 정리를 해서 이야기를 했다. 제가 맨날 감독님을 따라하니까 감독님께서 나중에는 ‘난 말 안 할 거야’라고 하시면서 끝냈다. 감독님이라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실 거라고 생각하거나 정 안 떠오르면 고참 형들과 이야기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가 공격이 잘 안 되어서 60점, 70점을 넣었을 때 평균 득점이 안 나오니까 사무국에 감독님 유니폼 좀 준비해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너희 공격이 안 되면 미리 말하라고, 내가 경기를 뛰면 된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께서 공격을 되게 잘 하셨기 때문이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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