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만해?'…어대한'에 맞서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정치 인사이드]

이슬기 2024. 6. 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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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세는 맞지만…'역전' 가능성도
'친윤' 세력 모으는 원희룡·'검증된 리더십' 나경원
'강한 조직력' 윤상현 등…만만한 상대 없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다자구도로 판이 커진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의 거센 기류가 이어질 것인가에 쏠려 있다. 한 전 위원장이 1등 주자로서 독주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이 대항마로 맞서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80%와 국민여론조사 20%를 반영해 당 대표를 선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닷새 뒤인 28일 결선을 치른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물론 한 전 위원장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100% 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과반(56.3%)은 한 전 위원장을 여당 대표에 적합한 인물로 꼽았다. 이어 원 전 장관이 13.3%, 유승민 전 의원 9.0%, 나경원 의원 8.1% 등이었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28.8%의 지지를 얻어 출마를 선언한 당권 주자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이 28.7%, 원 전 장관 8.1%, 나 의원 6.3% 순이었다. 

 ◆'만만한 상대 없다'…'결선 투표'도 변수

그러나 당내에서는 '예상만큼 쉬운 선거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적용되는 '결선 제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후보들이 '한동훈' 대 '비한동훈'으로 나뉘어 경쟁하게 될 경우, 한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과반을 기록하기 쉽지 않은데, 만약 결선 투표에서 후보 간 단일화가 일어나면 역전승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기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전 위원장에 맞서는 후보들의 저력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친윤'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원희룡 전 장관의 경우, 윤 정부 초대 내각 인사로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원 전 장관 역시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해 당 대표 도전 선언 이후 '원팀'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를 찾아 "내부에서 싸우다가 망할까 봐 (출마를) 결심했다"며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서 모두 하나 되는 여당을 만들어 나가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친윤'의 결속력이 총선 전과 같지 않지만,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동훈은 안된다'는 일부 의원들의 인식이 당원들에게까지 퍼질 경우 원 전 장관이 유력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하며 '선당후사'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지난 총선 직전 국민의힘 혁신위를 이끌었던 인요한 의원은 21일, 원 전 장관을 만나 그의 험지 출마 결단을 추켜세우며 "제가 친형제처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서울에서 당선된 유일한 중진 의원으로, 이번 당 대표 후보 중에서는 유일하게 '원내대표'로서 당을 이끈 경험이 무기로 꼽힌다. 나 의원이 원내대표를 지냈던 20대 국회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으로 '패스트트랙 파동'을 겪었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는 지난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국면에서 국회 내 물리적 충돌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나 의원은 당시 의원들을 이끌며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 맞섰고, 검찰 조사도 여러 번 받았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강성 일변도'인 이재명 대표 체제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풍부한 경험이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계파색이 옅어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는 불출마를 종용하는 초유의 '연판장' 사태를 겪었는데, 당시 연판장에 서명한 이들은 용산과 소통하는 김기현 의원의 대표 옹립을 주장한 '범친윤계'로 분류됐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다시 그가 한 전 위원장에 맞설 '친윤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이와 관련 "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줄 세우고, 줄 서는 정치를 정말 타파하고 싶다"며 "늘 국민에게 줄 서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앞으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고 국민과 함께 더 크고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인천 지역 중진 의원인 윤상현 의원 역시 '강한 조직력'을 내세워 의미 있는 득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5선 의원인 윤 의원은 오랫동안 '정치권의 마당발'로 불릴 만큼, 사교성이 높은 의원으로 꼽힌다.

지역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농도 짙은 스킨십을 이어오면서 조직을 잘 관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바탕으로 전당대회 후보로 뛸 경우, 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윤 의원이 그간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당내 '소신파'로 꼽히는 점도 변수다. 윤 의원 역시 이런 점을 내세워 "대통령과의 신뢰 속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쓴소리, 할 말도 다 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민심이 당심 되고, 당심이 윤심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해 대통령이 올바르게 국정을 판단할 수 있게 하고, 또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도전했던 김웅·이준석 "어대한? 모르겠다" 

선거 제도의 변수와 강력한 후보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선거는 치러봐야 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험이 있는 김웅 전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어대한' 구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웅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 "김기현 대표도 (지지율) 3~4%에서 시작했다. 그래도 되는 당"이라며 "결국 '어대한' 구도라는 것 자체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당원들의 절망감의 표심"이라며 "워낙 우리 당과 대통령에 대한 걱정이 커서 여기 힘을 모아 돌파해보자는 건데, 의외로 '한한 대전'이 될 수 있다. 한동훈이 한동훈 본인과 싸워야 하는 그런 전당대회로 갈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했다. 

이준석 의원도 지난 20일 '어대한'에 대해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주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부러뜨리려고 하는 시도의 최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간섭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장이 열리면 계속 들어가서 다 헤집어놓고 왔다. 이 어물전을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니다"며 "제가 만약에 전당대회에 나가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바로 제명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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