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할리우드 성지와 빅테크가 만났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에 가다

로스엔젤레스=윤민혁 특파원 2024. 6. 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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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과거가 미래를 만나는 곳.” 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컬버 스튜디오의 소개문구다. 1918년에 세워진 컬버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성지로 불린다. 1930년대 개봉한 원작 스타탄생과 킹콩은 물론 시민케인, 오즈의 마법사, ET, 매트릭스까지 이 곳에서 촬영된 명작들이 셀 수 없이 많다. 106년 간 스튜디오를 운영해온 기업들의 ‘이름값’도 화려하다. 하워드 휴즈의 RKO, 소니 픽쳐스 등을 거친 소유주 목록 끝자락에는 현재 아마존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역사에 남은 명작들이 이 스튜디오의 ‘과거’라면 빅테크 아마존은 ‘미래’를 상징한다.

미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컬버 스튜디오. 106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은 2020년 아마존에 인수돼 현재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자리잡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윤민혁 기자

20일(현지 시간) 컬버 스튜디오에 자리잡은 아마존 MGM 스튜디오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아마존은 유통·클라우드는 물론 미디어 업계 거인이기도 하다. 커머스 구독제에 포함된 프라임 비디오로 글로벌 가입자 2억2000만 명 이상을 유치해 넷플릭스에 이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열심이다. 2010년 일찌감치 아마존 스튜디오를 차렸고 2020년에는 컬버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이어 2021년에는 할리우드 대표 영화 제작사인 MGM을 84억 달러에 인수해 ‘아마존 MGM 스튜디오’를 탄생시켰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인수한 컬비 스튜디오는 외관부터 미디어 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조형해낸 듯했다. 100년 이상 된 목조건물과 여느 실리콘밸리 오피스가 뒤섞인 사무공간 뒤로 격납고 같은 외관의 전통적 ‘촬영소’가 뒤섞인 모습이 독특하다. 겉모습에선 역사가 묻어나올지 몰라도 그 속은 최신 기술로 가득차 있다. 그 대표사례가 스튜디오15 내부에 자리잡은 거대한 LED 촬영소 ‘볼륨월’이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 ‘스테이지15’ 내부에 설치된 볼륨월. 양감을 나타낼 수 있는 180도 고화질 디스플레이에 원하는 배경을 띄워놓고 촬영할 수 있어 로케이션과 후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로스엔젤레스=윤민혁 기자

볼륨월은 아바타 : 라스트 에어벤더 등의 VFX(시각특수효과)를 제작한 디멘션·DNEG 스튜디오가 협업해 만든 장치다. 그간 배우들은 CG(컴퓨터그래픽) 작업을 위해 초록색 ‘그린스크린’ 앞에서 힘겹게 연기를 이어가야 했다. 볼륨월은 ‘후작업’이던 CG를 ‘선작업’으로 바꿔준다. 미리 준비한 초고화질 배경을 띄워놓을 수 있는데다 디스플레이가 깊이감을 나타낼 수 있어 마치 실제 현장에서 촬영한듯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3D 배경을 사용한다면 밝기를 바꾸고 특정 오브젝트를 더하거나 없애는 등 즉각적인 수정도 가능하다. 모션캡처도 지원해 배우의 동작에 따라 실시간 광원효과를 줄 수도 있다. 랜턴을 비추면 비춘 곳에 조명이 쏘일 뿐 아니라 실시간 광원 추적(레이트레이싱)으로 주변의 명암까지 자연스럽게 변한다. 크리스 델 콘테 아마존 MGM 스튜디오 시각효과·가상제작 글로벌 총괄은 “볼륨월을 사용하면 현장 로케이션을 위해 배우와 수 많은 스태프가 이동할 필요가 없어 소모 시간과 예산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혁신은 ‘촬영’ 단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모든 작업들은 아마존 AWS 클라우드 위에서 수행된다. 촬영본을 글로벌 각지로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데다 VFX 작업을 위한 고가의 장비 구입도 필요 없다. 카트리나 킹 AWS 콘텐츠 제작 글로벌 전략 리더는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1만 개 VFX 씬을 글로벌 각지 12개 스튜디오에서 1500명이 공동작업했다”며 “768시간 분량 4K 영상 중 단 한 프레임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컬버 스튜디오는 106년의 역사가 드러나는 구형 목조 건물과 최신 아마존 MGM 스튜디오 건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로스엔젤레스=윤민혁 기자

아마존 ‘영상 클라우드’ 사업은 자사 콘텐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유통되지 않는 콘텐츠도 AWS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OTT 경쟁사인 넷플릭스 또한 스트리밍과 영상 작업에서 AWS를 사용한다. CJ E&M도 AWS 파트너사 중 하나다. 아마존은 세계 1위 클라우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상 콘텐츠 촬영·후작업·배급까지 미디어 전 공급망을 공략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상 제작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닫는 화질·음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지에서 더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제공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렌첸 리비 AWS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총괄은 “1993년 첫 쥬라기 공원의 CG는 겨우 83개에 불과했고 결과물을 보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했으나 오늘날에는 거의 글로벌 각지에서 실시간에 가깝게 작업이 가능하다”며 “클라우드와 AI를 바탕으로 한 가상 제작 환경으로 미디어 업계에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로스엔젤레스=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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